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국내외 기관간 온도차가 현격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을 4% 내외로 예측했으나 정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내년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기관 가운데서는 3% 초반으로 예상하는 기관들이 최근 등장하고 있으며 해외기관들은 2%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자료까지 내놓고 있다. 국내외 연구조사기관들은 내년 한국경제의 경우 세계경제의 침체로 수출 증가세는 한 자릿수로 둔화돼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약화되고 미래 소득에 대한 불안, 일자리 창출력 약화 등이 개선되지 못해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주요 연구기관들은 잇따라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대로 낮추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3.6%, 한국경제연구원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3.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보다 조금 높은 3.9%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금까지 국내기관에서 나온 것 중 가장 낮은 전망치인 3.3%를 제시했다. 외부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은 더 비관적이다. ‘한국때리기’가 아니냐 싶을 정도로 많은 기관들이 1%대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지난 19일 스탠다드차터드(SC)은행은 내년 한국 경제가 1.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이 전망이 들어맞는다면 외환위기 직후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지난 98년(-6.9%)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는 셈이다. 지난 1일에는 유럽계 투자은행 UBS가 수출 감소를 우려해 내년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9%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도이체방크도 1.7%를 제시했으며 IMF(국제통화기금)는 조만간 한국경제의 내년 성장률을 지난 10월 예측한 3.5%에서 2%대로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기관들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미국 등 세계 경제 동반 침체가 직접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지나치게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수성 때문에 국제 경제 침체에 따른 타격도 크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수출의존도는 61.3%에 달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외 기관간의 온도차는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해외 기관은 한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 대해서도 우리 기관보다 성장률을 낮게 보는 등 세계 경제에 대해 더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상황으로만 보면 해외 기관들은 국내 금융기관 부실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국내외 차이가 발생한 것은 전망시기와 관계가 있으며 최근 하루가 다르게 경기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투자은행(IB) 전망이라는 것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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