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통신서비스 시장 규모는 44조7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43조11418억원과 비교해 불과 3.7% 성장한 것이다. 내년에는 45조9516억원으로 올해보다 2.8%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7년 이후 3년 연속 통신서비스 시장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선통신 1위 사업자 KT의 최근 5년간 매출은 지난 2003년 11조5745억원을 시작으로 2004년 11조8508억원, 2005년 11조8773억원, 2006년 11조8560억원, 지난해 11조9364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매출뿐만 아니라 최근 3년간 영업이익도 1조6148억원(2005년), 1조7562억원(2006년), 1조4337억원(2007년)으로 마찬가지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매출 추이 또한 KT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03년과 2004년 각각 9조5202억원과 9조703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05년 숙원인 매출 10조원(10조1611억원)을 돌파했지만 2006년 10조6510억원, 2007년 11조2859억원을 기록했다. 제자리걸음보다 보폭이 조금 크지만 ‘게걸음’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2005년 2조6536억원을 시작으로 2006년 2조5844억원, 2007년 2조1715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통신 시장이 사실상 ‘포화’ 혹은 ‘정체’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단기적으로 통신 시장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유선전화 시장은 지난 2005년 이후 감소세가 완연한 가운데 올해에는 지난 6년에 걸친 7조원 시대를 마감하고 6조9000억원의 초라한(?) 규모로 전락할 전망이다. 이런 하락세는 내년에도 지속돼 올해보다 2000억원 감소한 6조7000억원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선전화 시장 축소는 신규 유선전화 가입자 수 정체와 유선전화 트래픽 감소, 인터넷전화(VoIP)에 의한 대체, 이동통신사업자의 망내 할인 등 장기적 추세의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흐름을 반전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초고속인터넷 또한 지속적인 가입자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용요금 할인과 결합상품 가입자 증가, 장기 가입자 할인 등 사업자 간 경쟁 심화로 인한 가입자당매출(ARPU) 감소는 매출 확대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동통신은 가입자 성장세 둔화 및 사업자 간 경쟁 격화로 인한 요금 하락에도 불구하고 3세대(3G) 가입자의 지속적 증가 및 무선데이터 시장의 매출 성장으로 지난 2007년 2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내년 21조원대로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의 핵심 타깃이 이동통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와이브로 음성탑재가 이동통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장기적으로 통신시장의 청사진을 보장하는 ‘블루오션’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IPTV와 와이브로 등 신성장동력은 여전히 ‘발아’ 단계로, 기존 성숙된 통신시장을 대체 혹은 보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KT경영연구소가 내년 IPTV 예상 가입자를 당초 290만명에서 197만명으로, 와이브로 가입자를 46만6000명에서 37만2000명으로 하향 수정할 정도로 아직은 ‘미완의 대기’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국제 금융위기로 야기된 실물경제 위축은 성장동력이 미흡한 통신시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제기돼 통신사업자의 위기의식을 고조시키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통신비 지출 감소가 저가상품의 선호도 증가로 나타나고, 사업자 간 저가경쟁 심화로 인해 전체 통신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사업자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당시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 등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IT 경제는 물론이고 국가경제 회복에 일익을 담당했던 통신사업자가 2008년 현재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체된 시장 환경에 확실한 성장동력이 부재한 통신사업자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 주문과 통신비용 인하 압력은 이중, 삼중의 부담이다. 유무선 통신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규제 하나하나가 통신사업자 수익과 불가분의 관계다. 통신 수요가 공급을 압도할 때 투자는 서비스 경쟁력은 물론이고 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미래 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나친 투자 주문은 사업자에게 ‘부담’이자 ‘압박’이다. 이는 과거 KT와 SKT가 ‘와이브로 세계 첫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서로 미룬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신사업자 고위 관계자는 “통신에 대한 투자는 시장의 수요를 바탕으로 사업자가 결정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시장과 괴리된 중복·과잉 투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업권 인·허가와 투자 주문이 자원의 효과적 배분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통신사업자 스스로 시장을 분석, 판단하고 신규 사업 및 투자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통신사업자에게 한편으로는 투자와 고용 창출을 주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요금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속적 투자와 요금 인하는 상충될 수 있는 가치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다 두 마리 모두 놓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순위를 선정하는 등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는 이유다. 김원배·황지혜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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