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핵심 공약은 단연 ‘경제회생’이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뉴스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3%가 이번 대선의 최고 관심사로 경제 문제를 꼽았다. 이에 따라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될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당선 직후부터 숨돌릴 틈도 없이 금융위기 극복과 경제 살리기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 오바마의 금융 위기 타개책의 골자는 한마디로 적절한 수준의 정부 개입, 즉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육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작은 정부’를 주장하며 기업활동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내세운 매케인 후보와 정반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후보는 그동안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첨단 정보기술이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그는 정부뿐 아니라 교육·의료·에너지 등 모든 분야에 인터넷과 첨단 기술을 접목해야 미국의 변화와 혁신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견지해왔다. 과학기술을 미국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여기고 있는 셈인데, 이런 정책 기조는 차세대 에너지 및 IT 산업 육성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우선 ‘그린IT’에 집중적인 투자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그동안 “향후 10년간 1500억달러를 태양열, 풍력, 차세대 바이오 연료 개발 등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특히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녹색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밝혀, 차기 정부 정책의 우선 순위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오늘의 오바마를 있게 해준 인터넷에는 우호적인 정책이 시행될 전망이다. 망을 보유한 통신사업자는 인터넷 사이트를 차별하지 않고 동일한 전송속도를 제공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에 관한 법제화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인터넷이 오늘날과 같은 성공을 거둔 것은 인터넷이 역사상 가장 열린 네트워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의 연장선에서 정보기술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차세대 광대역 네트워크 개발 및 보급이 예상되며 행정부 역시 ‘열린 전자정부’를 표방하면서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후보는 전자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행정부 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두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연구개발(R&D)을 촉진하기 위한 혜택도 시행될 것이다. 기초연구에 대한 연방지원의 확대 외에도 R&D 활동에 세금 혜택을 약속했다. 현재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R&D에 대한 조세특혜 제도가 영구화 쪽으로 수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오바마 후보는 자국 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외 제도 개선을 촉구해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IT 기업들에 향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에 대해 그는 대선 직전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각)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추진할 우선순위 과제’로 “금융 시스템의 잠재적 붕괴를 지속적으로 살피지 않고서는 다른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경제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못 박았다. 이를 위해 오바마 후보는 부시 정부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법안과 별도로 향후 2년간 600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감세를 통한 기업 지원보다는 임금인상·공공서비스 확충·고용확대 등 중산층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부의 재분배 정책을 펼친다는 목표다. 특히 상위 5%, 혹은 연소득 25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게서 세금을 더 걷고 중산층은 동결, 연소득 5만달러 미만의 고령층에게는 감세 혜택을 주는 등 감세 정책을 거듭 강조했다. ‘에너지 독립’도 고용 창출을 위한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오바마 후보는 향후 10년간 1500억달러를 투입해 청정 에너지 분야에서 5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일명 ‘아폴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 정치권에서는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변화를 강조하는 오바마 후보의 경제정책과 정반대의 색채를 띤 MB정부의 경제 정책이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예산 지출의 과감한 확대와 내수 활성화 등 기존 부시 행정부와 유사한 경제 정책을 유지한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또 미 경제 전문가들은 오바마 후보의 공약이 실현되면 미 정부의 재정적자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미 세금정책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지난 9월 마무리된 2008 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규모인 4548억달러까지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의 약 3배, 미 국내총생산(GDP)의 3.2%에 해당한다. 김유경·윤건일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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