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국학자들과 호손
. 머리말차 세계대전 무렵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국문학 비평의 신·구를 가르는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로맨스였고, 이 논쟁의 한가운데는 항상 호손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주류 미국문학 비평에서는 미국 최고의 문학적 성취들이 ‘미국의 삶을 단지 스칠 뿐’이라는 트릴링(Lionel Trilling)의 입론과 “로맨스가 현실의 조건들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야말로 미국문학의 “독창성이요 미국성”이라는 체이스(Richard Chase)의 로맨스론이 근간을 이뤘다.1) 이 과정에서 19세기 미국 고전문학의 정전을 확립한 매티슨(F. O. Matthiessen)의 논의에 담긴 사회적 관심은 뒷전으로 밀리고 작가의 전기적 사실보다는 우선 작품 자체의 예술적 언어에 주목하자는 그의 (T. S. 엘리엇에 빚진 바 많은) 주장도 그 맥락이 사상된 채 신비평적 경향으로 차용된다.2) 이후의 미국문학 비평들은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유럽의 사실주의적 소설과의 차이에 기반한 신·구세계의 양분법을 전제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하였으며, 그 골자는 언제나 미국 고전문학이 신화와 상징을 중심으로 ‘독특한 미국적’ 주제들--선 악, 개인 사회, 민주주의 전체주의, 민주주의자 폭군 등의 대립--을 일상의 모사나 리얼리즘에서 벗어나 상징적이고 알레고리칼하게 표현한다는 것이었다. 전후 미국문학 비평이 새로운 전기를 맞는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1960년대 후반의 흑인 민권운동과 베트남 반전 투쟁을 겪은 세대들이 문학을 사회와 역사의 복합적인 장 속에서 인식하며 ‘현실 비지시성’을 주장해온 기존 로맨스론에 맞서 텍스트와 당대 이데올로기의 ‘밀착’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80년대에 집중적으로 비판받는 호손 평자 중의 하나가 프레드릭 크루즈(Frederick Crews)다. 사실 크루즈는 1950-60년대의 여타 호손 비평들과도 다른 특이한 성격을 지닌다. 그는 포글(R. 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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