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고교등급제 시행 의혹
〔한겨레 2004-09-06 22 46〕
경기도 새도시의 ㄷ고교는 올해 수시 1학기 결과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인문·자연계 1등 2명을 포함해, 내신성적 상위 1% 학생 3명이 모두 연세대 수시모집의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6일 “학교에서 내로라하는 아이들인데 서류전형에서 탈락해 구술·면접을 치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연세대가 ‘고교 등급제’를 적용한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의 한 사설학원이 지난 3일 고3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세대 수시 1학기 모집 결과’ 분석 자료는 이것이 이 학교만의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자료를 보면, 올 연세대 의예과 1학기 수시에 지원했다 1차 서류전형에서 떨어진 경기 ㄱ고 학생의 석차백분율은 상위 1.7%였다. 함께 탈락한 다른 ㅂ고 학생의 백분율은 2%였고, 강북의 ㅍ고 학생의 백분율도 2.6%였다.
이에 반해, 서울 강남 ㄱ고 학생은 석차백분율이 3.5%이고, ㄷ고 학생은 4.2%였는데도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올랐다. 학부모들과 입시 관계자들이 확인한 바로는, 특목고인 서울 ㄷ고 학생은 심지어 백분율이 25%보다 뒤쪽이었는데도 연대 의예과에 합격했다.
대학 쪽은 한사코 부인하지만, 교사들과 입시학원 관계자들에게 주요 대학들의 고교등급제 실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강남 ㅅ고 김아무개 교사는 “몇 해 전 한 대학에서 강남 8학군 진학 담당 교사들을 모아 놓고 입시설명회를 하면서 ‘수시 1차만 통과하면 강남 학생들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연세대는 올 수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 학교 상위권 학생들은 연세대 수시에 많이 합격했는데, 올 1학기에는 전멸입니다.” 서울 서남부 지역 ㄱ고 김아무개 교사는 “다른 학교 교사들과 함께 사례를 모으고 있는데, 연세대가 고교 등급제를 실시했다는 정황이 너무 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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