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와 가부장제
황금희(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편집위원)
이 글을 IMF관리체제 이후 가부장이데올로기가 강하게 되살아나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 대한 진단이다. 최근 한국사회는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 근본적 요인을 찾으려하기 보다는 가부장 중심의 가족을 강조함으로써 실추된 가장의 권위를 되살리고, 여성이 어머니, 아내로서의 전통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을 부추김으로써 여성을 노동시장으로부터 퇴각시키고 있다.
경제위기의 극복방안은 가부장이데올로기의 부활이 아니라는 것이 여성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 다. 경제위기는 유교적 가부장제에 뿌리를 둔 한국적 민주주의와 한국적 근대화에 따른 것이며, 위기의 극복은 이러한 한국사회의 기반에 대한 총체적 진단과 재구축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 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구제금융시대에 들어 선 이후 한국사회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국가의 존립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위험성을 부추기며 한국사회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각분야에 있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한가지 강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왜 여성인가
기업의 인력조정 과정에서 여성은 해고대상 0순위라는 말이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다. 사무직이나 전문직, 생산직을 막론하고 한 업종에서 전문성을 갖으면서 종사해온 여성들이 결혼했거나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혹은 장기 근속했다는 이유로 해고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정규직 남성을 중심으로 인력구조를 재개편하려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 이미 임시직이나 촉탁직, 계약직 등 비정 규직이나 영세업체 등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집단해고의 철퇴를 맞았다. 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등의 고용평등상담 창구에는 그러한 이유로 부당해고 당한 여성들의 사례가 폭주하고 있다.
여성의 고용확대와 고용안정을 확립하기 위해 한국의 여성운동이 수십년 동안 쌓아왔던 노동시장에서의 결실이 IMF와 경제위기라는 거대권력의 논리에 의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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