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35시간 노동 - 현실적인 유토피아
노동시간 단축은 현재 제출되고 있는 노동계급 요구안들 중 진보진영 전체의 지지를 받고 있는 거의 유일한 구호인 것 같다. 자본가들의 구조조정을 따라 외치는 개량주의 논조의 매체에서부터 가장 전투적인 노동운동 진영까지 모두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공유”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에 처한 한국사회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이미 몇 년전부터 독일 금속노조의 노동시간 단축 운동에 대해 들어왔고, 최근에는 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법안 통과 소식에 흥분하기도 했다. 읽을꺼리 2호에 소개된 바 있는 국제적인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주의를 향하여 에서 킴 무디(Kim Moody) 역시 새로운 노동운동 국제주의의 주요 구호로서 “노동시간 단축”을 꼽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구호를 둘러싼 쟁점들과 각각의 이념적 지향 사이의 각축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더구나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이론적-실천적 준비정도도 그렇게 높은 수준은 못된다. 다음에 번역된 유럽 각국의 사례들은 이런 게으름을 벌충해보려는 작은 시도들중 하나다.
문제가 되는 것들중 가장 첫 번째는 노동시간 단축이 경합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자본가측에서의 노동시장 개혁, 즉 유연화와의 관계이다. 커다란 테두리 내에서는 둘 사이의 대립이 분명히 드러나지만 개별 사업장 수준에서는 두 노선이 사실상 혼재하는 갖가지 변칙이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보다 앞선 유럽의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가령 작업장 수준에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시간 재배치가 모호한 형태로 경합한다(둘의 구분에 대해서는 노동사회 24호, 1998년 7 8월호의 108쪽 참고). 또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확보된 만큼의 일자리들이 개별 기업에 의해 주로 임시직 형태로 확충될 경우 이는 노동계급의 삶의 질보다는 오히려 자본의 구조조정 요구에 더 이로운 것일 수도 있다. 더구나 우리처럼 당장 개별 기업의 기존 고용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방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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