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이들이 독일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 언제나 전시작가를 소개할 때는 으레 거장이니 선구자니 등등의 미사여구를 붙이기 마련이니 그것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많은 경우 의구심 먼저 들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각 작가 약 30 여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음에도 초기작부터 후기 작까지 차례로 전시하고 있고 도슨트의 설명 또한 꼼꼼하여 그들의 작품 세계와 그 흐름을 충분히는 아니더라도 대략적으로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각각 1932년, 1939년에 독일 드레스덴에서 출생한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A. R. 펭크는 그들이 지향하는 예술세계가 다르긴 하지만 내용이나 의미의 이해에서 오는 즐거움이 아니라 색과 선과 형태가 서로 어우러지면서 발산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준다.
리히터 - 리츠 케르텔케 초상, 1966, 캔버스에 유채
게르하르트 리히터
평면 회화가 그 빛을 잃고 오브제 미술이나, 행위 미술 등 다양한 양식 실험이 행해지고 있던 때 그래도 전통적 회화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고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했던 리히터는 사진이미지를 회화로 변형시키는 작업을 시작으로 추상회화까지 나아간다. 마치 아웃포커스된 흑백사진인 듯 보이는 그의 초기 회화작과 거친 붓터치와 색의 배합에서 나오는 움직임, 율동감을 느낄 수 있는 후기 추상화는 모두 회화에 있어서 구상과 비구상, 추상에 대한 소모적 논의를 무화시키며 그의 말처럼 그것은 단지 `그림`임을 조용히 주장하고 있다.
펭크 - 결말, 내적 투쟁과 도피(아프리카-그림), 1996
A. R. 펭크
리히터가 양식상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묻고 있다면 펭크는 미술의 보편성과 공통성을 기반으로 상호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그가 제시한 슈탄다르트 이론은 Stand와 Art가 결합된 신조어로 `미술을 표준적이며 보편적인 언어로 치환함으로써 미술관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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