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한강의 기적’에서 21세기 ‘금강, 영산강, 낙동강의 기적으로.” 전국에 포진해 있는 산업단지 현장의 조명을 통해 전국 전역이 5+2 광역권의 기반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지난 60년대와 70년대 구로공단과 울산공단, 나아가 구미·창원·여수 등 중화학단지를 기반으로 이룩한 ‘한강의 기적’이 전국 산단공의 기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발로 뛰며 누볐던 전국의 산업단지공단 현장 취재를 접으며, 현재의 산단공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산단공의 미래를 점검한다.
◇133만 명 고용… 실업해결 열쇠=산업단지는 1960년대 초 조성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를 시작으로 지난 40여 년 간 우리나라가 세계 12대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현재 전국적으로 국가 산업단지 35개를 비롯한 일반단지 262개, 도시첨단단지 4개, 농공단지 363개 등 총 664개 단지가 지정, 개발돼 있다. 지난 해 말 현재 생산액은 567조 원, 수출은 2734억 달러에 이르고 136만 명이 고용돼 국내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고용인원 1인당 4명의 가족이 딸려 있다고 가정할 경우 전국민의 10분의 1인 500만 명 정도가 산업단지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 입지 비중은 광주가 전체 기업 수의 61.3%로 가장 높고, 이어 경북 42.9%, 대전 42.5%, 울산 40.0% 순으로 서울 8.0%, 경기 17.5% 등 수도권보다 높다. 지역 경제 창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광역 경제 축으로 부상중= 전국에 포진해 있는 산업단지가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 경제권의 중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은 ‘5+2 광역경제권’의 비전과 선도산업, 인력, 인프라 구축 방안 등 청사진을 꺼내 놓았다. 전국 7대 권역별로 신성장 및 선도산업을 정해 자그마치 50조 원을 쏟아 넣겠다는 것이 골자다. 전 국토의 산업화가 마침내 시동이 걸린 것이다. 수도권은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 충청권은 대한민국 실리콘밸리, 대경권은 지식산업의 신성장 지대, 동남권은 기간산업 및 물류중심지, 호남권은 친환경 녹색성장의 창조지역, 강원권은 웰빙산업의 프론티어, 제주권은 국제자유도시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올해부터 향후 3년간 산업단지 181곳이 추가 지정된다. 올해 98곳을 비롯해 내년 51곳, 오는 2010년 32곳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내에 대구, 구미, 포항, 광주·전남, 서천 등 5곳에 새로운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선다. 또 경남 진해, 통영, 하동, 전남 광양 및 남해, 고흥, 신안 등 8군데는 오는 2011년까지 공유수면 매립을 통해 962만㎡의 조선산업 용지가 공급될 전망이다. 그야말로 전국이 산업단지의 물결로 뒤덮이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산업단지공단을 중심으로 규제 전봇대 해소 등 산업단지 고도화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관련 법령 개선 등을 통해 달라진 환경 변화를 수용하고, 관리업무 효율을 극대화해 나가고 있다. 또한 ‘기업 애로 발굴 처리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공장설립지원센터’의 원스톱 서비스 체계도 대폭 강화했다. ◇풀어야할 숙제도 산적=“지난 40년간 우리나라 경제 개발의 총아였던 수출 산업의 최대 집적지 ‘산업단지’를 빼고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논하는 것은 공허하다.” 이 말은 지난 30년간 우리 나라 산업육성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해왔던 김칠두 전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이 본 산업단지의 진단이자 비전이다. 올해만 정부는 산업단지 클러스터 사업에 828억 원을 투입한다. 주력업무는 산업단지공단이 맡는다. 장기적으로 산단공을 ‘100년 기업의 동반자’로 육성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후한 산업단지의 인프라 개선과 문화재 보호구역 등 개발과 보존의 대립 등 구조 고도화 작업이 시급한 실정이다. 실제 지난 상반기 방문했던 인천 남동공단은 과거보다 공기의 오염이나 시설 등이 상당히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희뿌연 연기와 자극적인 산업 폐기물 냄새 등이 여전하고, 빼곡히 들어선 공장과 함께 이면 도로는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와 함께 정부 기관 및 정책 간 협력이 절실하다. 전국의 산업단지공단과 테크노파크, 대덕특구, 지방산업단지 등이 혼재돼 상호 정책과 사업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기능과 역할을 분명히 나누고, 중복 업무를 과감히 털어야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관리하는 대상도 나뉘어 관리되면서 통합의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지방산단에 근무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인프라 등 하드웨어적인 투자가 이루어졌다면, 앞으로는 관리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투자가 절실한 실정”이라며 “외연 확대와 병행해 내실을 기하는 알토란같은 경제성장과 기술개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심명주 한국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본부장 기고
산업단지는 1960년대 초 조성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를 시작으로 지난 40여 년간 우리나라가 세계 12대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업단지는 생산기능 위주의 공장들이 밀집한 ‘공업단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 산업구조의 급속한 변화에 뒤처지는 비효율성이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성된 지 40여 년이 지나도록 제 때 재정비되지 못하면서 도로·물류 등 노후화한 단지 내 인프라도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국가경제의 중추인 산업단지가 변화되지 않으면 국가경쟁력과 기업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산업단지의 활성화와 입주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우선 생산기능에 국한된 공업단지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R&D 기능을 대폭 보완하고, 기업·대학·연구소 간의 협력적 네트워킹,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정주 여건 및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다행히 2005년부터 구미·창원 등 전국 7개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시작된 산업단지 클러스터 활동이 불과 3년 만에 산업단지의 체질을 기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성된 지 수십 년이 지나 노후화한 1세대 산업단지에 대한 구조고도화도 긴요한 과제이다. 산업단지를 단순 생산공간에서 벗어나 업무·문화·휴식·학습·연구의 공간 등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변모시키자는 것이다. 굴뚝공장이 즐비하던 옛 구로공단에서 변신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구조고도화 성공 모델에서 보듯이 입주업종 고도화와 생산의 고부가가치화, 노후공장 재건축을 통한 쾌적한 근무환경 및 생활환경 조성 등으로 엄청난 효과를 거양하고 있다. 산업단지 내 폐자원의 재활용을 통한 환경개선 및 원가절감 등의 효과를 거양할 수 있는 친환경 생태산업단지 구축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 울산 등 전국 5개 시범 산업단지에서 출발한 자원순환형 생태산업단지는 산업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및 폐기물 배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공해와 오염물질을 줄임으로써 환경과 경제가 공존하고, 산업단지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한국형 생태산업단지의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산업단지를 최첨단 유비쿼터스 인프라단지로 변모시켜는 일도 올해부터 본격 시행될 계획이다. 산업단지간·기술간의 융합(Convergence)을 촉진하고 지식기반산업의 육성을 통하여 입주기업체의 정보화 활용 수준을 높이고 제품개발 및 생산에 최첨단 정보기술을 접목시키자는 것이다. 39년 전인 1969년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황무지, 구미 벌에 첫 삽을 판 구미국가산업단지. 그야말로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일대의 개벽을 통해 산업 근대화를 앞당기고 대한민국 경제성장 및 디지털강국으로 이끌어 온 일등공신이 되었듯이 실물경제의 본산인 전국의 주요 산업단지에서 새로운 변화가 펼쳐지기를 기원해 본다.ss2000@e-clus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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