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자유와 사랑이 실현될 낙원을 꿈꾸며...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고 하여 불리우는 소록도. 소록도는 나환자들이 요양하고 있는 섬이다. 뭍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이 사회에서 소외된 그들은 지금도 자신들만의 공간 속에서 인간이 아닌 인간으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문둥이`라는 사회의 손가락질을 운명이라고 순응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나환자들의 삶과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려는 원장의 삶을 이 소설에서는 무섭고도 애틋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소설은 조백헌 대령이 섬의 원장으로 부임해 온 장면으로 시작하고 있다. `당신들의 천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 그러나 원생들의 탈출사고로 힘겨운 첫걸음을 내딛게 된 조원장. 그리고 조원장의 눈에 비친 것은 비단 탈출사고 뿐만이 아니었다. 더 소름끼치고 무서운 것은 조원장을 바라보는 원생들의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조원장은 그들이 불신과 배반의 오욕으로 마감되었던 과거에 집착함으로 인해 마치 죽은 자(死者)들이 대화하는 것 같은 이곳을 이 섬에 살고 있는 원생들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곳으로 만들 계획을 내건다. 그러나 섬사람들은 지난날의 악몽을 떠올리며 또 하나의 주정수를 떠올린다. 주정수는 조원장과 같이 원생들의 낙원을 건설하려고 했다. 그러나 주정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과 명예, 과시욕으로 변질된 권력을 휘두르고 그의 권위와 복종을 상징하는 동상이 세워지기에 이른다. 섬이라는 영역 안에 군림하게 될 수밖에 없는 원장의 자리. 난 논리적인 비약이 따를지 모르겠지만 섬의 원장이라는 자리를 한 교실 안의 선생님이란 직업으로 바꾸어 생각해본다. 교실이라는 또 하나의 영역 안에서 선생님이라는 권력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섬의 원장처럼 교실이 학생들의 낙원, 천국이 되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주정수와 같이 변질된 마음을 갖게될 것인가 혹은 조원장과 같이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면서도 오직 교실 안에서만 순응하도록 만들게 될 것인가. 다스리는 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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