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IT서비스 산업이 태동한 지 어느덧 26년이 지났다. 세월이 흘렀지만, IT서비스 산업은 국가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 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성숙기로 진입하지 못한 채 성장통만 겪다가 아사 상태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해법은 미국 IT서비스 시장에 있다. 글로벌 IT서비스 업체 10개 중 8개가 미국 IT서비스 기업이다. 합리적이며 선진화된 미국 IT서비스 시장의 구조는 국내 IT서비스 시장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차별화와 M&A로 발빠르게 변신하라=미국 IT서비스 기업들은 고객사의 IT 비용 절감, SaaS(Software as a Service)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접목, 중소기업 맞춤형 IT서비스 제공 등으로 차별화한 전략을 제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 분야에서 다른 기업과 제휴하거나, 적극적인 인수,합병 작업을 통해 시장 내의 위치를 확고히 한다. 지난 5월 HP의 EDS 인수선언이 좋은 사례다. HP는 IT서비스 시장 내 2위인 아웃소싱업체인 EDS 인수를 통해 서비스 매출 규모를 약 390억달러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매출 규모 541억달러인 IBM에 이은 IT서비스 글로벌 대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다. ◇전문 업무라는 공감대를 만들어라=미국에서 입찰제안서(RFP)나 시스템 설계를 외부에 의뢰하게 되면 반드시 비용을 지급한다. 컨설팅 등 IT서비스 업무는 변호 업무와 같은 전문 업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비용을 치르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는 우리와는 다르다. 미국 CIO도 회사에 필요한 시스템 사양을 정확하게 파악, RFP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구체적인 명세서와 가격, 개발 스케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 기업은 자연스럽게 표준화한 시스템 구축을 선호한다. 신규 담당자의 업무 적응 기간을 단축하고 빈번한 인수합병에 대비해 끊김 없는 유지보수 서비스를 받기 위한 것이다. ◇윈윈 협력 관계를 구축하라=미국 IT서비스 시장에서 하도급 발주 형태는 거의 없다. 대형 IT서비스 기업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업무를 쪼개 하도급업자에게 넘기는 다단계 발주 구조인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과 사뭇 다르다. 미국에서 중소 IT기업은 대형 IT 기업의 하도급업체가 아니다. 중소기업 위주의 프로젝트를 수주해 자생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대기업과 협력할 때도 ‘하도급’이라는 용어 대신 ‘파트너십(partnership)’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기업 간 상하관계를 탈피하려고 노력한다. ◇아웃소싱으로 비용을 절감하라=아웃소싱은 미국 IT기업들은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미국 IT기업들은 해외 아웃소싱 업무를 주로 인도업체에 맡긴다. 규모가 클 때는 인도 내 자회사를 설립하기도 한다. 해외 아웃소싱을 제공하기 위해 인도의 IT 기업과도 활발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해외 아웃소싱 비중이 확대되면서 미국 내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인도 현지 인력 활용으로 줄어들었다. 반면에 미국 현지에서 컨설팅 부분과 프로젝트 관리 등 사용자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프로젝트 매니저의 수요는 늘고 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 국제협력팀 윤미림 선임연구원 mlyoon@fki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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