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 이후 소강 국면에 있던 국내외 줄기세포 연구가 최근 다시 활기를 찾았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연구가 뚜렷한 성과를 올리며 세계 바이오 과학자들이 흥분하고 있다. iPS 연구의 한복판에 한국인 젊은 과학자가 서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 줄기세포연구센터의 조지 데일리 교수팀에서 연구원(리서치 펠로) 자격으로 박사후 과정을 밟는 박인현 박사(37)다. 박 박사는 생쥐 등 동물을 상대로만 진행해 온 iPS 실험을 ‘인간’ 대상으로 처음 성공했다. 지난 2월 네이처지에 실리면서 그는 일약 세계가 주목하는 과학자 반열에 올랐다. “피부세포와 같이 이미 분화한 체세포를 ‘거꾸로 분화’(역분화)시키면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세포가 됩니다. 유도만능세포(iPS)라 부르는데 이를 이용하면 면역에 문제가 없는 이른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줄기세포 연구에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여기는 이유입니다.” 그의 팔뚝에는 콩알만 한 상처가 있다. 자신의 피부세포를 직접 떼 내 세포배양 실험에 쓰고 있다. 박 박사는 무엇보다 iPS가 복제배아 줄기세포와 달리, 난자나 배아를 필요치 않아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환자는 물론이고 연구자도 심적 부담이 없어 좋다는 설명이다. 복제양 돌리를 만든 영국의 이언 윌머트 박사가 최근 자신의 모든 복제 연구를 전면 중단하고 역분화 연구를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줄기세포 학계의 태두로 일컬어지는 루돌프 예니시 MIT 교수 역시 얼마 전 생쥐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를 모두 접고 iPS로 방향을 돌렸다. 최근 국내 일각에서 ‘황우석 다시 보기’ 바람이 이는 것에 대해 박 박사는 “언론 보도 등을 봐서 알고 있다”면서 “그분도 나름의 연구성과를 가진만큼 선배 과학자로서 성공하시기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황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가 최신 연구 흐름에 비해 다소 ‘구식(old fashioned)’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기존 줄기세포 연구와 iPS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간극만큼이나 수준 차가 납니다. 그만큼 투입 비용도 만만찮습니다. 작년도 실험실 지출명세를 따져보니 1리터에 500달러하는 세포배양액을 300여통 썼더군요. 가장 기본적인 ‘세포 배양’에만 연구원 혼자 2억원 가까이 써야하는 게 iPS 연구입니다.” 세계에서 처음 iPS 연구를 시작한 일본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팀에 전일본이 나서 10조엔의 국민적 지원을 약속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주지사도 최근 iPS 연구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iPS의 후발 연구가 자칫 일본과 미국 등 원천 기술국에만 좋은 일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박 박사는 “야마나카 교수를 비롯해 누구도 iPS가 어느 방향으로 진화·발전할지 예측하지 못한다. 그만큼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우리 연구팀도 인간 대상 iPS 실험에 대한 특허를 출원해놓은 상태다. 깃발을 꽂으면 거기가 곧 자신의 땅이 되는 신대륙 분야가 바로 iPS”라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와 연구활동을 계속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박 박사는 ‘반반’이라고 말했다. 우리 학계의 일부 특성 때문에 망설여진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KAIST 등서 직·간접적으로 교수직 제안을 받았습니나만 지금 들어가면 저는 행정업무를 도맡는 초임 교수입니다. 책상에 앉아 사무보는 데 제 연구시간을 적잖이 빼앗겨야 할 겁니다. 세계 iPS연구의 중심지에서 지리적으로 떨어져있는 것도 단점입니다. 하버드 등 해외 유수의 연구기관에 비해 적은 보수 역시 무시하기 힘든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박 박사는 서울대 농생물학과를 졸업,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뒤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세포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인과 단 둘이 보스턴서 살고 있다. △용어=유도만능줄기세포 사람의 피부세포 등 체세포를 이용, 특정 유전자 등을 삽입해 분화되기 전의 상태로 되돌린(역분화) 세포를 말한다. 이는 다자란 성인 세포의 생체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흡사 배아줄기세포와 같이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랄 수 있어 ‘만능’ 또는 ‘다기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iPS는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의 쓰임새를 정확하게 대체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의 난자나 배아가 없어도 세포 복제에 필수적인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어 윤리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하지만 성인 세포로 유전자를 주입하기 위한 매개체로 ‘바이러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암이나 기타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는 점이 해결 과제다. 보스턴(미국)=류경동기자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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