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등을 고려할 때 현재 환율 수준은 조금 높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기획재정부 외환 담당 고위 공직자는 최근 높아지는 환율에 이 같은 우려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정부가 환율이 지나치게 낮다며 환율 인상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냈던 점을 감안해볼 때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정부의 태도변화는 고유가로 인한 물가 부담 때문에 고환율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금리정책, 환율정책, 공기업 민영화 등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MB노믹스의 주요 정책이 고물가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위기에 처했다. ◇환율 정책 유턴=수출 드라이브를 위해서는 높은 환율이 적절하다던 정부는 고물가 때문에 고환율 기조를 수정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치솟는 국제 유가로 인해 서민경제가 위축되고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즉 고물가 상황에서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고환율을 유지하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배럴당 130달러로 폭등한 유가 수준을 고려할 때 1040원의 환율은 부담스럽다. 실제로 최근 며칠 동안 정책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매도, 환율을 끌어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정부의 환율정책 무게중심은 당분간 물가를 잡는 데 맞춰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힘 잃은 금리인하론=지난달까지만 해도 정부를 필두로 시장·학계는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채근해 왔으나 지금은 이런 주장이 쑥 들어갔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달까지만 해도 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해 온 점을 감안할 때 금통위 내부 기류가 금리 인하 쪽으로 상당히 진전됐다. 그러나 올해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론이 더는 힘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메릴린치는 최근 글로벌 경제가 인플레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경제성장보다 인플레가 더 우려되고 있다며 한은이 향후 금리를 1%포인트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기업 민영화도 암초=치솟는 물가는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여론의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만약 한전 등이 민영화되면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높은 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의 살림살이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이다. 결국 공기업의 효율화를 위해 민영화를 주요 정책으로 꼽아온 정부로서는 이 같은 우려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단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불러오는 공기업의 민영화는 미루거나 민영화하더라도 요금은 정부의 통제를 받도록 할 것으로 보여 공기업 인수에 눈독을 들여온 기업 측에서는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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