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통법) 시행령은 금융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자율경쟁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이 통합돼 새로 탄생하는 금융투자업의 진입, 영업과 업무범위 등과 관련된 규제는 대폭 완화하고 일반 기업의 과도한 공시부담도 경감키로 했다. 더불어 이해상충방지 등 투자자 보호와 금융투자업자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규제는 합리화한다. ◇설립 문턱 낮아져=자기자본 요건이 대폭 완화됨에 따라 적은 자본으로도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을 수 있다. 현행 인가등록기준을 26개에서 42개로 세분화하고 자본금 비율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모든 자산에 자금운용을 할 수 있는 집합투자업의 경우 기존 100억원이 필요했던 자기자금을 80억원으로 낮췄다. 투자를 일임하는 증권업의 자기자금도 3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낮춘다. 부동산을 전문으로 운용하는 사업자의 경우 기존에 100억원이 필요했지만 시행안에 따르면 20억원만으로 사업이 가능해졌다. 다만 6개 금융투자업 전부를 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1000억원가량 늘어난 2000억원의 자기자본이 있어야 한다. 장외파생의 경우 현재는 별도 추가 자본 없이 수행할 수 있지만 위험이 크고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이 큰 만큼 자기자본을 1000억원으로 설정한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2조3485억원)·대우증권(2조3430억원)·현대증권(2조2574억원) 등 27개 증권사는 자기자본이 2000억원이 넘어서지만 CJ투자증권·현대차IB증권(구 신흥증권)·한누리투자증권 등 자기자본이 2000억원에 미달하는 증권사는 자기자본 확충이 불가피하게 됐다. ◇금융업 업무영역 확대=기존 금융사업자의 업무 영역을 확대해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지원한다. 국내 전문 금융투자업자 육성을 위해 아웃소싱(업무위탁) 업무 범위가 확대된다. 현재는 외국 금융투자업자에만 100% 위탁 허용되던 원화자산이나 외화자산 운용업무를 국내 운용사에도 허용키로 했다. 증권인수와 기업인수·합병 중개 등에 필요한 신용공여, 지급보증업무, 대출중개, 전문구조조정회사(CRC), 벤처캐피털, 신기술금융 등의 겸영도 허용된다. 집합투자업과 증권업, 선물업과 증권업 등 금융투자업 간 겸영도 가능해졌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업체 건전성 감독이 강화한다. 금융위는 금융투자업자의 정보교류, 임직원 겸직, 사무공간 및 전산설비 공동 이용 금지 같은 정보교류 차단장치를 설치키로 했다. 통합법에 의해 새롭게 겸영이 허용된 기업의 미공개정보 취득 가능성이 큰 기업금융 부문과 다른 업무간 정보교류 차단에 주력키로 했다. ◇무한경쟁 시대 돌입=민영창 메리츠증권 기획본부장은 “자통법 시행으로 인해 금융권의 무한경쟁시대가 열린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새로운 변화를 통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일부에서는 글로벌 금융회사를 만들겠다는 법 취지와 달리 종합 금융투자업자의 자기자본 규모를 예상보다 완화해 소형 금융사를 양산, 과당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진입규제가 사실상 없어지면 소형업체의 난립으로 수수료 경쟁이 심화되어 수익구조에 큰 타격을 힘을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사의 등장을 어렵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홍영만 금융위 자본시장 정책관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더 낮기 때문에 허들이 결코 낮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자기자본과 대형화되는 것은 사실상 별개이며 자유롭게 대형화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상희·이경민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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