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26일 오후 5시를 기해 후보등록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총선체제에 돌입했다. 공천갈등으로 시작된 한나라당의 계파분열, 거대 여당 견제론 등으로 벌써 정책대결보다는 정치 싸움이 과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 살리기’와 ‘과학기술 육성’을 내건 경제·과학기술 전문가들도 출사표를 던져 주목된다. 각 정당들은 최근 국제 경제불안, 환율 불안정, 유가 상승, 물가 인상 등을 경제를 위협하는 내외부 요인들로 인식, 경제와 민생안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실제로 역대 어느 총선보다 많은 경제인 및 경제관료가 후보로 등장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과학기술계 후보는 당장의 현안에 밀리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소외돼 전체 유권자의 25%나 차지하는 이공계 유권자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경제 살리기가 화두=한나라당은 ‘견제가 아닌 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유권자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경제를 내세워 거대 여당 견제보다는 이명박식 경제정책을 원활하게 펼 수 있는 안정적인 의석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후보 공천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경제인과 경제관료 출신 후보를 다른 정당보다 훨씬 많이 배치했다.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의 정덕구 의원(충남 당진), 윤진식(충북 충주)씨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최종찬(안양 동안갑)씨가 대표적인 경제관료 후보다. 3선을 노리는 이한구 당 정책위의장(대구 수성갑)은 재무부 출신이고, 임태희 의원(성남 분당을)도 재경부 출신이다. 통합민주당도 전 건교부 장관인 이용섭(광주 광산을)씨와 전 재경부 FTA국내대책본부장 홍영표(부평을)씨 등 경제관료 출신 후보를 내세웠다. 경제부총리 출신 강봉균 의원(군산)과 홍재형 의원(청주 상당)은 3선에 도전하며, 김진표 의원(수원 영통)도 재선에 도전한다. 한편 재경부 차관 출신의 김광림 세명대 총장(경북 안동)은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기업인 출신도 한나라당 19명, 민주당 6명 등 다수 출마한다. 한나라당은 김호연 빙그레 회장(충남 천안을), 이종영 세아제강 대표(전북 군산) 등을 대표로 내세웠다. 민주당은 정직 네오플럭스 대표(송파 갑)와 비례대표 6번에 중소기업인 출신 정국교씨를 배치했다. 자유선진당은 신대철 전 코카콜라아시아영업대표(서울 강남)가 나섰다.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1번에 이름을 올린 이용경 전 KT 사장도 대표적인 IT기업인 출신으로 무난히 국회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계 공천 취약=이번 총선에서 이공계 출신 출마자 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과총 등 과기계 단체는 이공계 후보 10% 공천을 주장했지만, 후보등록 마감 결과 5%에도 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후보 중 이공계 인사는 총 9명으로 한국물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영아 교수(송파갑)와 과기부 장관을 역임한 강창희 전 의원(대전 중구)이 눈에 띈다. 금속공학 박사 출신으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을 맡았던 권기균 부대변인(동작갑)과 당내 첨단산업네트워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구본철 텔넷웨어 회장(부평을)도 이공계 후보의 대표주자다. 기계연구원장 출신의 서상기 의원(대구 북을)은 지역구 출마로 재선에 도전하며,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출신의 석호익(경북 고령·성주·칠곡)씨도 여의도 입성을 노린다. 의학 및 한의계 출신으로는 신상진(성남 중원)·윤석용(강동을)·정의화(부산 중동)씨 등이 출마했다. 통합민주당은 지역구 후보 중 5명만이 과기계 후보일 정도로 더 취약하다. 정통부 차관 출신의 변재일 의원(충북 청원), 정보통신연구원장 출신인 김효석 원내대표(전남 담양·곡성·구례), 전 대덕연구단지 관리본부장 정병옥(대전 유성)씨 등이 과기계 후보다. 의학계 출신으로는 김춘진 의원(전북 고창·부안)과 치과의사 출신인 김창집 후보(경기 김포)가 있다. 유희열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은 “과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후보가 많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꼭 이공계 출신 의원이 아니더라도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고 지원할 수 있도록 과기계가 (국회의원을) 설득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IT·이공계 출신 인사들 누구랑 붙나 IT·이공계 출신 인사들의 ‘금배지’ 도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 녹록지만은 않은 상대를 만났다. 전문가로서의 식견과 함께 의정활동을 향한 열의를 유세 중에 얼마나 선보이는지가 지역구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송파갑에 출마한 박영아 한국물리학회 부회장(명지대 교수)은 장복심 통합민주당 후보와 맞붙는다. 공교롭게도 장복심 후보(현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의원)는 대한약사회장 출신이어서 송파갑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학계 인물 둘이 배지 하나를 놓고 공방을 펼치게 됐다. 두 후보 모두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적극 내세울 것이기 때문에 덩달아 두 단체 및 관련 업계의 관심도 일정 부분 이 지역구에 쏠릴 참이다. 박 후보가 현직 부회장으로 현업과 상대적으로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면 장 후보는 비례대표 우수위원으로 뽑힌 성적표가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경북 칠곡에 출마한 석호익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은 이번 총선 IT 관련 후보 중 관심을 모으는 인물이다. 하지만 친박근혜계로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인기 후보와 백중세다. 이 후보는 해당 지역 재선 의원으로 지역기반을 다진 상태고, 2012 여수 세계박람회유치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며 박람회 유치를 이끌어 낸 인물이어서 만만치 않은 대결이 될 전망이다. 석 후보는 여당 공천으로 상큼하게 출발했지만 한나라당 텃밭에서 친박계 의원과의 정면 대결이라는 험난한 길을 거쳐나가야 한다. 권기균 한나라당 후보(동작갑)도 주목받는 이공계 인물이다. 한양대 공학대학원 금속공학박사 출신으로 선대위 부대변인을 거쳤다. 당내 경선에서는 홍정욱 헤럴드미디어 사장, 유정현 전 SBS아나운서를 제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초·중·고를 동작에서 나온 그여서 지역기반은 탄탄한 편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술지도사로 도요타시스템을 도입, 보급했으며 국가과학기술자문위 전문위원을 지내며 역량을 쌓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기술부문 5대 정책공약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과학과 정치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정책을 뒷받침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동작갑에서는 전병헌 통합민주당 후보와 5% 이내의 격차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구 북을에 출마한 서상기 한나라당 의원도 눈에 띈다. 서 후보는 드렉셀대학교대학원 공학박사며, 한국기계연구원장을 지냈다. 경선 과정에서 친이명박계인 안택수 의원을 물리치고 지역구 공천을 받아낸 화제의 인물이다. 국회 디지털포럼 회장,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 방통특위 위원을 지내면서 대표적인 과학기술계 선량 후보로 꼽힌다. 2005년에는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소액 후원회원 2만595명을 모을 만큼 과학기술계 기반이 탄탄하다. 한나라당 텃밭에서 무난한 당선이 예상된다. 정통부 차관 출신의 변재일 통합민주당 의원(충북 청원)은 해당 지역에서 4년 만에 다시 오성균 한나라당 후보와 맞대결을 벌인다. 변 의원은 지난 4년간 오송·오창단지 조성, 고속철도 오송분기역 조기 착공,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등 굵직한 지역 현안을 비교적 원만하게 해결해왔다는 점을 내세운다. 최근 선거구 내 인구가 크게 늘어난 것에 착안, 지역 발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변 후보와 맞서는 오성균 한나라당 후보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 등을 내걸며, 지역 민심을 다지고 있다. 능력을 인정받는 현 의원과 강한 대통령과 여당의 후광이 대결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통합민주당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18대 총선 핵심 공약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내걸었다. 경제 불황을 뚫고 나갈 유일한 방법이 ‘성장동력 발굴’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은 26일 발표한 4·9 총선 공약에서 미래는 첨단 기술융합의 시대라는 전제 아래 IT와 BT·NT·CT 등 융합기술을 발굴하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한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약속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공약집을 통해 오는 2012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 자동차와 조선·의료·국방·건설 등 5대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이동통신, 임베디드SW 등 IT를 융합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주력산업에 접목해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향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산업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며 산업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성장동력화 방안을 수립·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경영능력을 확충하고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데 걸림돌이 되는 모든 규제를 최대한 줄이겠다”며 ‘비즈니스 프렌들리’ 공약도 내놓았다. 기업성장과 고용증대를 막는 불필요하고 복잡한 규제를 최대한 없애 선진국형 기업경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다. 투자 단계에서 R&D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7%에서 10%로 확대하고 지출 단계에서도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방안도 공약에 포함됐다. 민주당은 기존 IT와 자동차·조선·철강·반도체 등 5대 성장동력 외에 항공우주·로봇·바이오·신재생에너지·방송통신융합산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추가,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강한 중소기업 5만개와 글로벌 중견기업 2000개 육성 및 해외 첨단기업 1000개 유치 공약도 내세웠다. 민주당은 기업의 투자촉진을 위해 입지규제·투자규제·진입규제(인·허가, 면허, 승인 등) 등을 완화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특히 개성공단 특구 확대 등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과 자원을 한반도 철도로 연결하는 남북 평화경제 추진, 평화 경제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을 한반도로 ‘유턴시킨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연구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동북아 과학기술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오는 2012년까지 R&D비 투자를 세계 2위 수준인 GDP 대비 5%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 밖에 중소·벤처기업 창업자금 확대를 비롯, 금융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정하는 등 친기업적인 정책도 쏟아냈다. <총선취재팀> 팀장=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etnews.co.kr, 김원배, 유현정, 권건호, 최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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