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산업과 IT의 융합’ ‘부품·소재 10대 GLT 육성’ ‘서비스산업 강화’ 등은 모두 하나의 목표점에 향했다. 바로 국가 신성장동력 확보다.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만들고, 없애고, 다시 만들기’를 되풀이했던 전철을 밟지 않고 반드시 실천을 중심에 놓고 기초부터 다시 짜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안에 8000명 가량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의견 풀(Pool)을 통해 성장동력의 후보를 확정하고, 이를 7월1일 가동될 ‘기술통합청사진’과 연계시켜 단계별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금까지 잘 달려온 주력산업 분야는 IT와의 새로운 융합과 부품·소재 집중 육성을 통해 지속적인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신산업으로 분류한 분야에는 4000억원 정도의 R&D 자금을 당장이라도 집행할 준비를 끝냈다”고 말했다. ◇6월부터 중소기업 혁신운동(이노베이트 코리아) 돌입=산업의 틀을 바꾸는 흐름은 중소기업 육성 전략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지경부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약진을 제대로 뒷받침해 줘야만 궁극적으로 우리 산업 전체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고, 대외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장관의 잇따른 중기 현장 방문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해 일방적으로 지원을 확대하기 보다 중소기업 스스로 커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지경부는 중소기업 혁신운동을 ‘이노베이트 코리아(Innovate Korea)’로 명명하고, 오는 6월 초부터 전 산업 현장으로 전파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여전히 대기업 대비 35% 수준으로 60% 안팎인 선진국에 비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지경부는 ‘이노베이트 코리아’ 운동을 통해 5년 뒤 우리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선진국 수준까지 반드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투자 유인이 성패 가른다=산업 기반의 변화는 곧 투자와 ‘돈줄’의 확대로 이어져야만 실질적인 경제 부흥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월드뱅크가 평가한 우리나라의 기업 환경 국제수지는 종합적으로 30위 정도에 머물렀다. 경제규모 순위 10∼11위에 비해서는 크게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특히 창업 등의 분야는 최하위권에 주저앉았다. 이윤호 장관은 “앞으로 2012년에는 투자 매력도 면에서 세계 10위권, 즉 우리 경제 규모에 걸맞은 정도의 투자 환경을 만들어 놓을 계획”이라며 “여러 부처가 관련된 사안이지만 지경부부터 우선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을 현장에서 찾고, 대안을 현장에 어떻게 적용하고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지 철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투자와 사업 환경, 각종 규제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기업도우미센터’도 곧 전국 주요 지역에서 가동에 들어간다. ◆MB, “부품 소재 기술 격차 해소 필요”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지식경제부의 업무 보고에서 부품·소재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경제 발전에 있어 부품·소재의 중요성이 크지만, 일본과의 기술격차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며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이전에도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통한 대일 무역적자 해소 방안’을 지시한 바 있다. 다음달 20일 일본 방문을 앞둔 시점에 이를 거듭 강조한 발언이어서 주목됐다. 방일에 수행할 경제인들은 주로 부품소재 기업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위해 △외국인 투자를 통한 기술 획득 △대-중소기업간 협력을 통한 공동 기술 개발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대통령은 업무보고 후 구미공단의 아사히글라스를 방문 한 것도 외국인 투자 확대와 이를 통한 일류 부품·소재 기술의 국내 전파라는 발언 요지와도 직접적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절약 시책과 관련, 서울시장 재직시절을 상기시키며 다소 국민들 불편이 따르더라도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국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버스 중앙차로제 시행이 결과적으로 에너지 절약이란 큰 효과를 불러왔는 데도, 당장 국민 불편 때문에 추진을 못한다면 그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무 과감하게 민간 이전 국가가 관장했던 기술 관련 업무를 시장과 민간에 과감하게 이전한다. 현장을 중시하는 국정 철학과 지경부 업무 방침을 관통하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우선 기술표준원이 시행해 온 물류 설비(LS) 인증과 산업용 소프트웨어(ES) 인증 업무를 각각 오는 9월과 11월까지 민간에 이양할 계획이다. 우수재활용제품(GR/GRm)과 신제품(NEP) 인증도 민간에 넘겨진다. 기술거래소 기능을 대폭 개편, 기술거래·평가·M&A중개 등과 같은 직접기술거래 관련 업무는 올해 말까지 완전히 민간의 손으로 넘긴다. 이에 따라 기술거래소는 기술평가전문인력 육성 및 공공 미활용 특허 공급 등 기술인프라를 주력으로 다루는 기술사업화진흥원(가칭)으로 전환하게 된다. 정부예산으로 각 대학·연구소 등에 지원된 장비 중 활용도가 미흡한 장비를 중소기업에 무상지원하거나 공동 활용토록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장비특성과 활용실적을 면밀히 분석해 이를 이전가능 장비와 공동활용 장비로 분류하고 기업 수요조사를 거쳐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장비의 효율적인 관리와 활용을 위한 국가 지원장비 통합관리시스템도 운영된다. 실제로 안 쓰는 장비를 정부 산하기관이나, 연구소 등이 보관하는 데 만도 만만찮은 비용이 발생한다. 우선 이처럼 비용만 잡아 먹는 유휴 장비부터 신고를 받아 수요 기업 또는 기관과 매칭을 통해 무상 양위한다는 계획이다. 지경부는 이미 1차로 기표원이 보유한 장비를 지난해말 시범적으로 이관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개발 장비를 대학이나 연구소로부터 직접 가져가 활용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훨씬 이익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민-관 `신성장동력 펀드` 조성 정부와 민간이 50대50씩 출자해 신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민관 공동 신성장동력펀드’가 조성, 운영된다. 지식경제부에 성장동력실이라는 전에 없던 1급 조직이 만들어진 데 이어 펀딩 분야에서 신성장동력 부문을 지원하기 위한 또 하나의 조치다. 전체 펀드 규모는 내년 400억원 규모로 시작해 매년 200억원씩 늘어나 2012년에 1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취지에 맞춰 절반은 정부예산으로 충족된다. 이와 별도로 기업벤처캐피털도 추가로 조성된다. 중소기업 창업·성장·구조조정의 사업 전과정에 자금조달과 경영 자문을 제공하는 중소벤처투자회사 제도도 연말께 도입된다. 중기정책자금을 개편해 기술 역량이 우수한 중소기업에 대해 이른바 ‘메자닌 금융(성과공유형 대출)’을 확대한다. 메자닌 금융은 자금 대출후 그것을 투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만든 대출과 투자 중간형태의 금융방식을 말한다. 기술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이를 활용한 대출도 늘린다. 협조융자, 합성대출 유동화를 통해 시중 은행의 신용대출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또 연구개발(R&D)단계의 기술도 보증 대상으로 삼는 기술평가보증제도를 도입해 기업들이 R&D 프로젝트 단계에서도 자금을 비교적 쉽게 유치할 수 있는 길을 터준다는 계획이다. 또 최근 이윤호 장관의 대덕특구 방문 때 거론 됐던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연구비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편해 대덕특구의 기술 사업화 기능을 집중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업무보고 구미서 받은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지경부의 업무보고를 구미산업단지에서 받은 것은 첨단 지식기반산업을 통해 경제를 살려야한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구미산업단지는 1970년 이후 섬유에서 첨단 IT산업 분야로 탈바꿈하며 한국 경제를 먹여살리는 대표적인 단지다. 이번 현장 업무보고 장소로 가장 적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섬유산업에서 출발해 IT제품으로 고도화된 구미산업단지는 우리나라 디지털 전자산업의 산 역사”라고 감회를 밝혔다. 현재 1∼4단지까지 국내외 1700여개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구미산업단지는 지난 20년 전 섬유산업의 메카에서 점차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 경제의 심장부 역할을 해왔다. 1999년 전국 단일공단으로는 처음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지난해 말 기준 생산액은 44조원, 수출 378억달러를 달성했다. 이처럼 첨단 전자산업의 메카인 구미산업단지는 지방의 대표적인 산업단지이며 현 정부의 규제완화와 투자확대 코드에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정부가 구미를 선택한 이유는 이곳이 외국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라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외국인 투자유치에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구미산업단지 내 아사히글라스화인테크노한국(AFK)을 방문하기도 했다. 아사히글라스가 대주주인 AFK는 지난 2004년 3월 구미산업 4단지에 입주, LCD 유리기판을 생산한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정부의 투자유치 확대에 발맞춰 올해도 외자유치에 올인 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2차 전지와 태양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기업 유치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경북도 관게자는 “대통령이 지경부 현장 업무보고 장소로 구미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첨단산업에 대한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은 구미산업단지가 바로 현 정부의 경제살리기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미=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
◆중기청, 2012년까지 모태펀드 규모 `2조원으로` 중소기업청이 오는 2012년까지 모태펀드 조성 규모를 2조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또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가치보험제도를 도입한다. 중기청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통해 창업환경 개선 및 신기술 창업 기반 조성을 위해 모태펀드 규모를 2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기청은 내년까지 1조원의 모태펀드 조성에 이어 산업은행·연기금 등의 참여를 통해 2012년까지 펀드 조성 규모를 2조원으로 늘리게 된다. 펀드가 조성되면 창업 초기 기업 및 문화 콘텐츠 관련 기업 등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중기청은 기업이 부도가 나더라도 보험료로 손실보전 처리하고, 기술력에 대한 기업의 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기술가치 보험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연내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내년에 법 개정을 거쳐 실질적인 제도 시행 시기는 2010년으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중기청은 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의 사장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술보증기금도 이 제도와 유사한 기술평가 보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사고시 기술 가치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해 기업의 기술력이 사장이 되는 단점이 있었다. 중기청은 이밖에 중소기업 규제영향평가 제도를 내년부터 도입해 중소기업 정책 관련 법령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수요자 관점에서 평가해 기업 규모별로 규제를 달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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