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간에 합종연횡 바람이 거세지면서 이들 기업이 진출해 있는 국내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모토로라와 노텔의 100억 달러 규모 초대형 조인트벤처 설립 추진 소식을 알렸다. 이와 때를 같이 해 ‘MWC2008’ 행사가 진행중이던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는 알카텔-루슨트와 NEC가 합작사 설립 발표가 이어졌다. 지난 2006년 알카텔과 루슨트테크놀로지가 합병하고 노키아와 지멘스네트웍스가 통신장비 사업을 통합한지 1년여 만에 나타난 글로벌 기업들간의 또다른 초대형 결합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05년 말에는 LG전자와 노텔네트웍스가 유무선 통신장비 및 네트워킹 솔루션 합작사인 LG-노텔을 설립한 바 있다. 대형 통신장비 업체들간의 연합전선 구축이 LG전자와 노텔, 알카텔과 루슨트, 노키아와 지멘스, 노텔과 모토로라, 알카텔-루슨트와 NEC 등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장 축소와 수익성 악화에 따른 생존 전략=최근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간의 합종연횡 바람은 충분히 예견된 변화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초고속통신망과 차세대 이동통신망 등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망 구축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장비 시장도 급팽창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네트워크 인프라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장비 시장도 좁아지고 있다. 더구나 빠른 기술발전과 벤더들간의 과당경쟁으로 장비 가격은 급전직하, 회선당 가격이 예전의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설사 망 투자가 늘어난다 해도 장비 매출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수익구조다. “이제는 깡통(장비)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없다”는 말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로 흘러나올 정도다. 그만큼 ‘더이상 인프라 비즈니스만 가지고는 견디기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단독 기업으로서는 더이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자체적으로는 아무리 짜내도 변화하는 환경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계산이다. 그러다 보니 합병이나 조인트벤처 설립과 같은 큰 변화를 통한 비용절감과 시장공유가 생존을 위한 이들 기업의 전략적 선택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전체적으로 세계 네트워크 업체들이 정리되는 판도를 보일 것”이라며 “앞으로는 네트워크 업체들도 솔루션이나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그림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국내 시장 구도에 변화 불가피=이번에 합작했거나 합작을 추진중인 기업들간에 상당부분의 업무영역이 서로 겹치고 있어 내부적인 업무 내용에는 큰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합작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는 양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존 거래처 및 시장 정보에 대한 공유와 마케팅 협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결합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양사의 국내 브랜치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우선, LG-노텔의 경우는 이번 양사의 합작건이 주장비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와이브로 장비 부분에서는 노텔뿐 아니라 모토로라와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시장 진출에 한층 무게를 실을 수 있게 된다. LG-노텔은 최근 들어 와이브로 장비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입지가 약해 국내 시장을 삼성전자에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모토로라는 미국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스프린트넥스텔에 와이맥스 장비를 공급하고 있고, 최근에는 대만과 중국의 와이맥스 사업을 수주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제품 라인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스코에 밀려온 한국 알카텔-루슨트는 NEC의 기간전송망시스템 및 가입자전송망시스템, IP네트워크 시스템 등과의 연계를 통해 보다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물론 알카텔과 루슨트테크놀로지의 합병과는 사안이 달라 한국 알카텔-루슨트가 한국 알카텔-루슨트-NEC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합병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톡톡히 본 만큼 NEC 한국 지사와도 어떤 형태로든 협력관계를 맺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순기기자@전자신문, soon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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