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시즌이다. 지난 4분기를 포함한 2007년 성적표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코스닥과 거래소 상장 회사를 중심으로 실적 발표로 분주하다. 실적과 맞물린 게임업계 최대 관심사는 역시 ‘지존’ 쟁탈전이다.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눈치전을 벌이고 있다. 다들 겉으로는 ‘포커 페이스’지만 내부에서는 숫자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NHN·엔씨소프트·넥슨 등 ‘게임 삼대 천왕’이 실적 발표로 애간장을 태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게임 ‘빅3’는 지난 몇 년 동안 부침을 거듭했다. 지금까지 관전 평가를 종합하면 성장 날개를 잃은 엔씨소프트, 고공 비행하는 NHN으로 정리할 수 있다. 넥슨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2005년까지 국내 게임업계는 엔씨 세상이었다. 대박 게임 ‘리니지’ 하나로 엔씨는 스타로 떠올랐다. 2005년 당시 엔씨는 3388억 원으로 확고한 1위였다. 당시 2위였던 넥슨 그룹(2177억 원)을 무려 1000억 원 차로 따돌렸다. ‘웹 보드’로 최근 주가를 날리는 NHN 게임 사업인 ‘한게임’은 2005년 921억 원으로 엔씨에 ‘명함’도 못 내밀었다. 엔씨 독주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은 2006년이다. 그러나 여전히 엔씨의 아성은 탄탄했다. 당시 3387억 원으로 2위인 넥슨(2500억 원)을 가볍게 제쳤다. NHN도 국내 1288억원, 해외까지 포함하면 2000억 원 수준으로 엔씨소프트를 따라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NHN과 넥슨은 크게 약진했지만 엔씨는 매출이 게걸음을 치면서 성장세가 한풀 꺽였다. 급기야 지난 해 ‘게임 본좌’ 자리가 바뀌었다. 1위가 2위로 추락하는 사태가 벌여졌다. 지난 주 이들 기업 실적을 분석해 보면 엔씨는 사용자 당 규모가 작아 ‘코 묻은 돈’으로 우습게 생각했던 NHN에 1위 자리를 빼겼다. 엔씨는 2007년 연결 매출 3300억 원, 영업이익 49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해와 비슷한 실적이었다. 반면 NHN은 국내 게임 부문에서 2429억 원을 달성했다. 일본 한게임(826억 원)과 중국 롄종(300억 원) 등 해외 매출을 합치면 얼추 3500억 원으로 엔씨를 따돌렸다. 일본 자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넥슨은 매출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대략 3000억 원 수준으로 업계에서 내다 보고 있다. 더 흥미진진한 ‘순위 게임’은 올해 부터가 시작이다. 단연 관전 포인트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2위 다툼이다. 게임 삼대 천황 모두 올해 시장을 낙관하지만 지금까지 추이로 볼 때 NHN은 부동의 ‘블루 칩’이다. NHN 2008년 게임 목표는 국내에서 40% 성장한 3300억원, 일본 법인에선 1060억 원, 중국에서는 390억 원 수준이다. 이를 합치면 대략 4800억 원을 넘어선다. 엔씨는 보수적으로 3500억 원, 낙관적으로 볼 때 3800억 원으로 잠정 경영 목표를 확정했다. 넥슨도 매출 추이를 볼 때 엔씨와 비슷한 수준(3400∼3700억 원)일 것으로 보인다. NHN 한게임의 국민 게임화냐, 엔씨의 재기냐, 넥슨의 추월이냐, 이래저래 산업계는 올해 진짜 게임 못지 않은 즐거움을 누리게 됐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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