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화재 발생 3분 전 숭례문 2층의 누각과 후문에 설치된 적외선 센서는 이미 외부인의 침입을 애타게 알리고 있었다. 방화범이 사다리를 타고 2층 누각에 올라가 시너를 뿌리고 라이터를 켜던 그 몇 분 동안 숭례문 주변에 설치된 CCTV 4대는 엉뚱한 장소만 비췄다. 숭례문 전소를 계기로 주요 문화재 보안시스템의 인텔리전트화와 디지털복원체계 정립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 보안시스템은 지속적인 강화에도 불구하고 따로 작동, 이번 화재와 같은 돌발 사건에 대응하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은 숭례문을 사전에 디지털화해 원형에 가까운 복원이 가능하다는 점. 하지만 디지털복원체계는 아직 일부에 국한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능화가 답이다=전문가들은 침입경보가 울릴 때 관제센터에서 주변 CCTV를 돌려서 즉각 침입현장을 파악했다면 돌발적인 화재가 나도 국보 1호를 허망하게 잿더미로 만드는 최악의 사태만은 피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문화재 방화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네트워크와 연동하지 않는 구형 보안장비로는 뒷북만 때릴 뿐 문화재 보호에 무력하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보안전문가들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주요 문화재의 보안시스템을 한 단계 더 지능화하고 실시간 경보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타 문화재에 설치된 보안시설 대부분 숭례문보다 사정이 나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준복 CCTV조합 이사장은 “국보급 문화재를 지키는 보안장비가 일반 주택가의 방범시설보다 못한 사례도 많다”면서 “IT강국의 자존심을 걸고 인력이 미치지 못하는 문화재 시설의 보안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복원 대상 더 늘려야=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문화 유적을 디지털로 복원해 주는 사업이 새삼 주목받았다. 문화 원형 디지털콘텐츠 사업은 순수예술과 인문학 가운데 전통 문화를 대상으로 테마별로 디지털콘텐츠화해 창작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문화부와 문화콘텐츠진흥원을 중심으로 지난 2002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손상된 문화 유산을 정보기술(IT)로 원형 그대로 온라인상에 복원해 활용할 수 있다. 전소된 숭례문은 다행히 복원 과제로 채택돼 디지털로 남아 있다. 숭례문은 ‘서울 근대 공간 복원 디지털콘텐츠 개발’의 일환으로 디지털화가 추진됐다. 당시 종로·남대문로·육조 거리·정동 등을 중심으로 근대 건축물과 가로 경관을 그대로 복원해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에 따라 화재로 골조 형태만 유지하는 숭례문도 이미 2004년 복원을 끝내 해당 사이트(modernseoul.culturecontent.com)에서 원형 그대로 만나 볼 수 있다. 정우채 콘텐츠진흥원 팀장은 “문화 원형 복원 사업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단계 계속 과제로 진행 중이며 근대와 고려·삼국 시대의 소재를 집중 개발 중에 있다”며 “이번 화재와 관련, 복원 건축물과 과제 아이템을 크게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504억원이 투입됐으며 160개 과제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강병준·배일한·정소영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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