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되기 전에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불법 MP3파일을 내려받기도 했지만, 가수가 되고 나니 음악 하나하나에 대한 느낌이 달라졌어요.” 원더걸스 리더 선예의 이야기다. 실제로 저작권자인 가수들조차도 저작권자 이전에 일반 소비자로서 저작권 보호를 실천하는 게 힘듦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최근 들어 저작권을 둘러싼 사회적 관심사가 제기되면서 일반인의 저작권을 인지하고 있는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3.9%는 “저작권을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문제는 저작권 이해가 저작권 보호라는 실천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터넷에서 돈을 내고 콘텐츠를 이용하더라도 저작권자의 동의가 없으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응답자의 과반수인 54.8%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 알면서도 불법 콘텐츠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대답이 67.4%에 이르렀다. ‘알지만 지키기 힘든’ 저작권 보호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P2P·웹하드, 여전히 사각지대=문화관광부가 저작권법을 발효 이후 P2P·웹하드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포털에서 유통되는 불법 복제물 수거·폐기 등을 명령했지만 여전히 이용자가 가장 많이 접하는 저작권 사각지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자는 음악·영상·만화 등의 콘텐츠를 불법으로 내려받는 경로로 50% 이상이 P2P파일 공유사이트를 꼽았다. 웹하드와 포털에서 운영하는 카페·블로그·미니홈피·커뮤니티 등도 불법 콘텐츠 유통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콘텐츠별로는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영화와 음악 부문에서 저작권 침해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음악은 불법 다운로드 이용률이 56.1%로 합법 다운로드 비율 58.6%과 비슷했으며, 영화는 불법 다운로드로 본다는 비율 43.9%로 정상적인 경로를 이용하는 비율(39.1%)보다 다소 높았다. 두 콘텐츠 모두 10·20대의 불법 다운로드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반적으로 10·20대가 온라인에서 콘텐츠 이용을 많이 하는데다,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500원도 비싸다?=규모가 큰 서비스 사업자들이 대부분 유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는 여전히 무료로 콘텐츠를 이용하려는 의사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음악·영화·게임·만화 거의 전 분야에서 콘텐츠를 내려받을 때 돈을 내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유료 이용자보다 많았으며, 사진·이미지는 80% 이상이 무료로 사용한다고 대답했다. 특히 무료 이용자들의 대다수는 향후에도 유료로 전환할 의지가 없다고 대답해 콘텐츠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현재 이용하는 콘텐츠 요금에는 이용자의 대다수가 적절하거나, 다소 비싸다는 생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 다운로드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유통되는 가격은 한 곡에 500원이다. 하지만 응답자의 62.5%가 곡당 500원 미만을 적절한 가격대로 꼽았다. 영화 역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 운영되는 사이트에서 받아볼 때 가격이 1500원에서 2000원 수준이지만, 소비자의 69.3%는 1000원 미만이 적절하다고 대답했다. ◇개인 저작권은 소중하다=블로그·UCC 등의 활성화로 이용자가 곧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응답자는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서는 강한 보호의 의지를 나타냈다. “자신의 창작물이 본인의 동의 없이 타인에 의해 무단으로 사용된다면 어떻게 대응하겠냐”는 질문에 과반수인 58.7%는 소송이나 조정을 통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개인적으로 시도한 뒤 포기한다(11.9%)”는 응답자까지 포함한다면 저작권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대답이 70.6%로 “대응하지 않겠다(19.4%)”의 3.5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의 이 같은 인식이 저작권 보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명 문화산업부 저작권산업팀장은 “인터넷에는 주인이 없다는 인식 때문에 무료 혹은 무단으로 다운로드하던 사람들이 내가 창작자가 되면서 주인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주인의식이 배려로 연결된다면 저작권 보호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태섭 저작권위원장 역시 “건전한 콘텐츠 이용문화 조성을 위한 원칙은 ‘남의 것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행동이 바뀐다’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며 “내 것이라는 인식이 상생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제는 인식 개선=이용자 자신도 저작권 침해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저작물 이용자의 인식부족에 있다”고 꼽았다. 복수 응답을 허용한 저작권 침해 책임 소재를 묻는 문항에 34.7%가 이용자 인식 부족이라고 대답했다. 박광원 불법음원근절 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은 “우리 스스로 건전한 소비풍토를 마련하지 않으면 문화콘텐츠 강국도 위기를 겪는다는 인식에 공감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이 인식이 행동으로 일어나길 바란다”고 대답했다. 박 본부장은 “권리자와 사업자들도 고소·고발보다는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대형 이벤트나 콘서트 등을 통해서 저작권 보호가 산업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주요한 열쇠임을 보여주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응답자의 27.5%는 콘텐츠를 유통하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등의 기술적 보호조치 미흡을 원인으로 지적했으며, 24.5%는 급격한 기술 발달에 따른 것이지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조사했다 블로그와 미니홈피에 배경음악을 깔고 놓친 드라마와 영화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해 보는 등 디지털 세상에서 콘텐츠 이용은 일상이 됐다. 이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평균적인 사람에게 콘텐츠 이용과 저작권 보호 문제가 일상이 됐음을 의미한다. 본지 연중기획팀은 일반인의 저작권 보호 인식에 관한 현황을 파악하고 최근 사회 이슈로 부각되는 저작권 침해 문제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국 10대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콘텐츠 사용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크게 △콘텐츠 사용 행태와 △저작권 보호 인식 두 가지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콘텐츠 사용 행태에 대한 조사에서는 이용자가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 경로, 구입 가격, 가격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 포함됐다. 이는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법적 혹은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콘텐츠를 구매하고 그에 적절한 대가를 지급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한 의도였다. 저작권 보호 인식 조사는 저작권법을 인지하고 있는지, 인지한다면 법을 준수하는지, 실제로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보호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를 묻는 문항으로 구성됐다. 설문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온라인 리서치 전문업체 엠브레인(대표 최인수 www.embrain.com)을 통해 표본대상은 성별·연령별로 인구 구성비와 주제에 맞게 설정하는 쿼터 샘플링 이용해 추출했다. 오차 범위는 ±3%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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