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6년 창단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합창단 ‘코러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음불가’에 시달렸다. 알토·베이스파트의 단원은 차고 넘치는데 소프라노·메조소프라노 등 여성 파트를 맡을 만한 단원이 크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완벽한 화음을 자랑한다. 소프라노 파트를 맡는 여학생 가입이 크게 늘면서 완벽한 화음을 내기 시작한 덕이다. 카이스트에 여풍(女風)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설립 초기였던 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20여년간 여학생 수는 손에 꼽을 정도. 하지만 2000년 이후 여학생은 전체의 20%를 넘어섰다. ◇5명 중 1명은 여학생=카이스트 내 여성 증가는 최근 10년 사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석사·박사과정에서 증가세가 가파르다. 97년 당시 석사과정 여학생은 10명 중 1명이 채 안 되는 8.2%. 전체 학생 743명 중 61명에 불과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석사과정 여학생은 전체 학생 중 20% 이상인 230명(전체 1134명)이 됐다. 박사과정도 마찬가지. 98년 전체 박사과정생 중 5%인 24명(전체 446명)이었던 여학생 수는 2006년 18%인 79명으로 늘었다. 지난 2000년에 카이스트 학부에 입학해 올해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2년차인 허지향(25)씨는 “기계공학과 입학 당시 홍일점이었다”며 “요즘은 여학생이 많아져 학교분위기가 8년 전보다 좋아졌다”고 여학생 수 증가를 반겼다. ◇학교의 노력이 증가 구심점=여학생의 증가는 크게 △여성 지력을 지원하는 학교 분위기 △‘알파걸’의 등장 등 사회적 분위기 △기존 공학 위주 교육에서 인문·경제·금융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교육과정 세 가지에 기인한다. 여성 인력 활용은 카이스트가 수년 전부터 노력하고 있는 사안. 서남표 총장도 지난 2006년 취임 당시 ‘여성 지력’을 강조한 바 있다. 카이스트 입학본부장인 권동수 교수는 “엔지니어 일에서 창의력은 중요하다” 며 “여학생의 예술적·인문학적 소양이 곧 창의력과 연계된다. 이들이 자신감 있게 지원하도록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학교의 노력만큼 여학생의 활약도 눈부시다. 학업 성취도 면에서 동료 남학생을 압도하고 있는 것. 권 교수는 “학업 성적을 보면 여학생이 높다. 특히 각 클라스마다 상위권에 여학생이 몰려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홍일점’이 ‘원더우먼’으로=카이스트 내 여성 증가는 한 번 스쳐갈 바람이 아니다. 고등교육과정인 석·박사과정 여학생 수가 학사보다 더 큰 폭으로 늘고 있기 때문. 최근 3년간 석사과정 여학생 증가율은 학사에 비해 5%포인트 이상 높았다. 여학생의 박사과정 진입률도 10년간 8.4%에서 18%로 2.5배 상승했다. 질적 성장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사실, 카이스트 내 여학생은 ‘알파걸’ 열풍 이전 부터 주목받는 ‘원더걸스’였다. 현재 미국 MIT 수학과 종신교수인 김주리 박사가 92년 여학생으로는 최초로 학부를 수석 졸업한 이후 2007년까지 16년 동안 학부 전체 수석졸업자 32명 중 11명이 여학생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34%나 된다. 이처럼 카이스트에 꾸준히 부는 여풍은 여성 과학 엘리트 저변확대의 청신호를 의미한다. 카이스트가 이공계 전문교육기관으로 우리 사회에서 갖는 위상을 볼 때 과학계 여성 진입장벽이 본격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성현기자@전자신문,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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