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업체에서 일하는 직장인 박선화씨(26)의 퇴근 시간은 대체로 8시가 훌쩍 넘는다. 업무가 끝난 후 7시께부터 이어폰을 끼고 온라인 강의를 듣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보보안 관련 강좌와 웹2.0 과정을 수강했다. 회사에서 권장하는 의무과정이었지만 학습을 하고 나니 PC에서 보안 기능 설정방법을 따라해 가면서 배울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박씨는 “사례 위주의 웹2.0 과정을 듣고 나니 전에는 생소했던 개념을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기업 대상 e러닝 시장 지속 성장=온라인으로 종업원 교육을 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기업 대상 e러닝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업 대상 e러닝 시장규모는 2006년 7500억원으로 개인 시장규모를 처음 넘어섰다. 정부 및 공공기관과 교육기관까지 포함한 단체 시장 규모는 9000억원을 넘는다. 2004년 51.8%에 이르던 개인 e러닝 이용자 비중은 2006년 43.2%로 줄어들고 대신 기업 시장 비중이 2004년 40.8%에서 2006년 46.6%로 증가했다. 기업 대상 e러닝 시장규모가 늘어난 데에는 정부의 지원이 큰 몫을 했다. 대기업 및 중소기업 직원들이 온오프라인 교육을 받으면 노동부가 일정 금액을 환급해주는 고용보험 정책을 적극 펼쳤다. 업무 시간 누수를 줄이고 비용을 저렴하게 한데다 고용보험 환급까지 받을 수 있는 온라인 기반 교육에 기업들이 매력을 느낀 것. 고용보험은 임직원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훈련을 실시하는 기업에 정부가 고용보험 기금에서 훈련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노동부가 기업 e러닝 학습자를 대상으로 지원한 고용보험 환급액은 2006년 총 585억원, 지원 인원은 110만여명에 이르며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고용보험 제도가 종업원의 교육비를 회사가 지급하고 그에 대한 환급액을 회사가 돌려받는 것이라면, 근로자수강지원금 제도는 회사와 상관없이 개인이 교육을 받을 때 지원받도록 했다. 근로자 수강지원금제도는 △상시 근로자 수가 300인 미만인 사업에 고용된 중소기업 근로자 △근로계약기간이 1년 이하인 자 △만 40세 이상인 자 △파견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등 평소 교육 기회가 많지 않은 교육 소외계층을 위해 만들어졌다. 연간 100만원 한도에서 지원되며, 근로자 1인당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재직기간 5년간 300만원을 초과할 수 없게 돼 있다. 노동부는 이 같은 근로자수강지원금제도(근수제)와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근로자개발카드제를 통합, 지난 10월 시행에 들어갔다. 근로자수강지원금제와 근로자개발카드제가 통합되면 기존 근수제 지원 과정을 개설, 운영해온 기업들은 근로자개발카드까지 지원해야 한다. ◇영역 확장 가속화=정부 지원 정책과 기업의 의식 변화에 힘입어 기업 대상 e러닝 기업도 함께 성장했다. 이 시장 1위 업체인 크레듀와 삼성SDS 멀티캠퍼스는 각각 올해 매출액 7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들은 2006년 500억원에 못미치는 매출액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 한 해 성장률은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 두 업체 외에 사이버엠비에이·캠퍼스21·휴넷 등도 성장세를 나타냈고, YBM시사닷컴은 외국어 영역에서 탈피해 MOS(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스페셜리스트)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지켜오던 고유 영역을 확대하려는 노력들도 잇따르고 있다. 크레듀는 인터넷 기반 영어 말하기 시험인 ‘OPIc’를 국내에 들여와 영어 말하기 붐에 기름을 부었다. 또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교과서 사업이나 영어마을 사업 등 신규 사업에 적극적이다. 삼성SDS 멀티캠퍼스도 지난 10월 ‘리더십센터’ 를 새로 열고 기존 IT 이미지 탈피를 시도했다. IT 뿐 아니라 경영이나 재무, 리더십 등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여세를 몰아 KT·SK 등 대기업도 신규 시장에 진출했거나 준비 중이다. KT는 한국IBM과 손잡고 기업교육 서비스를 시작했다. IBM이 보유한 각종 교육 콘텐츠와 KT의 플랫폼이 결합해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SK그룹은 내년 초 SK텔링크를 내세워 기업 대상 e러닝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사업 초기 자체 개발한 콘텐츠 20개와 외부 업체와의 제휴로 만든 180개 등 총 200개의 콘텐츠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온라인 교육으로 시작한 다음 점차 오프라인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 서비스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블렌디드 러닝·JIT 러닝, 새 트렌드=기업 대상 e러닝 기업은 이제까지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시장의 수요를 반영해 고용보험과 상관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강좌를 선택해 학습할 수 있는 ‘JIT(Just In Time) 러닝 모델’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JIT러닝은 교육과정을 주제별로 분할, 세분화해 필요한 내용을 바로바로 학습,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으로, 생산 및 재고 관리 등에서 사용되던 JIT 개념을 그대로 빌려와 적용했다. 휴넷·크레듀·삼성경제연구소 등은 간단한 내용인데도 고용보험 환급을 위해 기본 단위인 16차시까지 과정을 늘려 비효율적이라는 학습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짧은 시간에 핵심 내용만 학습하고자 하는 이용자들을 위해 짧게는 5분 동영상에서 1∼10시간으로 구성된 과정을 도입했다. 수강료도 3000원부터 1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하다. 기업 대상 e러닝 시장은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나는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주중에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주말에는 집합교육을 실시하는 ‘블렌디드 러닝’ 과정도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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