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 세계인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인도. 휴대폰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인도를 거치지 않고서는 결코 글로벌 플레이어로 우뚝 설 수 없다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수많은 한국의 IT전사가 인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5일 새벽, 한 시간이나 연착해 도착한 뉴델리 인디라간디 국제공항은 희뿌연 연기에 휩싸여 있었다. 히말라야산맥을 넘어온 겨울 고기압이 낮 동안 발생한 도시 매연을 짓누르고 있는데다 증축이 한창인 공항의 공사장 먼지가 뒤섞여 역한 냄새와 함께 시야를 가로막았다. 가는 곳마다 급속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 신흥시장, 인도의 첫 모습이었다. ◇6만개의 휴대폰 전문 매장, 초당 50대를 판다=글로벌 업체가 인도 휴대폰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연평균 40%에 이르는 고성장률 때문이다. 올해는 약 7000만대를 판 것으로 잠정 집계했지만 이동통신보급률이 15%가 채 안 되는만큼 앞으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뉴델리·뭄바이·벵갈루루·첸나이 등 새롭게 개발된 도시에는 외국기업이 투자한 연구개발(R&D)센터와 생산공장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고 이에 따라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게 된 인도인은 휴대폰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했다. 심지어 외국인의 개인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사도 월급이 1만루피(23만여원)에 머물지만 휴대폰 구매에서는 적지않은 고객층으로 떠올랐다. 홍성수 LG전자 인도법인 부장은 “몸값이 높아진 IT엔지니어는 2만루피(47만원)가 넘는 최첨단·초고가 휴대폰을 몇 대씩 사들고 다닌다”면서 “1만원대의 휴대폰에서부터 70만원대의 휴대폰이 공존하는 시장이 바로 인도”라고 소개했다. ◇전환기 맞은 인도시장, 위기는 기회다=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인도 휴대폰 시장이 녹록지 않은 것은 우리 업체의 현 성적표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인도에 앞서 진출한 노키아가 이미 시장의 76%(2007년 10월, GfK)를 장악, 말 그대로 철옹성을 이루고 있다. 그 뒤를 모토로라·삼성전자·소니에릭슨이 6∼7%대의 비슷한 점유율로 2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CDMA 사업자에게 집중하느라 GSM 오픈마켓 대응이 늦었던 LG전자는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노키아가 휴대폰이라는 범용명사를 대체하는 것으로 아는 인도인도 꽤 많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나 승자가 승자일 수만은 없는 법. 최근 인도 정부가 CDMA 사업자에 GSM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사업자 간 번호이동성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무한경쟁이 시작됐다. 여기에 3세대 주파수 할당과 분배까지 맞물리면서 2세대 가입자 뺏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델리·노이다 등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에어텔과 보다폰·IDEA의 광고판이 혈전을 예고하는 듯하다. 박민준 KOTRA 뉴델리무역관 과장은 “인도 통신시장은 정부·이통사협회(COAI)·통신규제국(TRAI) 등 이해관계자가 힘겨루기를 벌이면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면서 “성장을 위한 과정인만큼 우리 업체가 재도약의 전기로 삼을 수 있는 차별화된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기있는 휴대폰은 ‘벨소리는 80㏈ 이상, 배터리 용량 최대로, FM라디오 수신은 기본 장착….’ 인도에서 휴대폰을 팔려면 기본적으로 갖춰야하는 성능 기준이다. 소음이 심하고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벨소리 크기와 배터리 용량을 꼭 챙긴다. 또 힌두교·회교도의 보수적 성향에 놀이문화가 발달해있지 않은만큼 여가선용을 위해 휴대폰 FM라디오를 즐겨듣는다. 인도의 분당이라 불리는 노이다 18구역에는 휴대폰 판매점이 밀집해 있다. 한두 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한 달 평균 400여대의 휴대폰을 팔 만큼 수익성 좋은 사업이라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 가전브랜드숍인 삼성프라자를 3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니라즈 사장은 “평판TV와 냉장고·세탁기 등에서 삼성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휴대폰 판매대를 추가로 설치했다”면서 “인도사람이 좋아하는 메탈 시리즈가 새롭게 출시되면서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맞은편에는 최근 인도에서 급부상 중인 휴대폰 전문 체인 스파이스그룹이 운영하는 핫스폿(HOT SPOT) 매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깔끔한 오렌지색 인테리어로 안팎을 단장, 세련된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매장 직원인 라만씨는 “젊은층의 선호도가 좋아서 전국에 같은 매장이 300여개나 문을 열었다”면서 “슈빅샤·모바일스토어 같은 경쟁 체인점이 속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점 건너편에는 인도 최대의 종합쇼핑몰인 ‘그레이트 인디아 팰리스’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쇼핑몰에는 자동차를 가진 상위 5% 구매층이 주로 온다. 휴대폰 매장 직원 나빈씨는 “노키아의 스마트폰(N-95)이 3만루피(70만원대)가 넘지만 사가는 고객들이 꽤 있다”면서 “요즘에는 두 명 중 한 명꼴로 삼성 브랜드를 찾는다”고 말했다. 구멍가게부터 최고급 쇼핑몰, 10달러대의 초저가에서 600달러가 넘는 초고가 휴대폰이 공존하는 인도 휴대폰시장의 현주소였다. 뉴델리·노이다=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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