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이용 4000만 명 시대, 광대역 인터넷 가입자 수 세계 2위, IT분야 국내 총 수출액의 30%.’ IT 강국 대한민국의 최근 정보통신 관련 부문 세계 위상이다. 인력 외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던 우리나라가 TDX를 비롯한 CDMA, 와이브로(WiBro), 지상파DMB, 4세대 이동통신(NoLA)에 이르기까지 IT강국이 되는 데 핵심 R&D 역할을 수행한 기관은 하나둘이 아니다. 그 가운데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LG전자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고, 국책연구기관으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들 수 있다. 정통부가 그동안 강력하게 드라이브해온 IT839의 R&D부문을 총괄해 맡아온 기관이 ETRI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IT839에 관한 R&D 5년의 성과를 가늠해볼 마지막 해 이기도 하다. 이에 전자신문은 ETRI와 공동으로 우리나라 IT R&D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기술개발 역사와 IT839의 5년 성과, 차세대 IT먹거리를 주제로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상>‘IT강국 코리아’의 뿌리
IT분야는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축이다. IT산업 생산이 우리 GDP의 16%를 차지하며, 전체 경제 성장률의 40%, 전체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때문에 IT분야 연구개발은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정부를 비롯해 기업은 내내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는 일에 동분서주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이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것 역시 하나같이 IT분야이거나 IT가 접목되는 분야이다. 정보통신부는 올해 초 IT산업의 발전상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뒤쫓던 자리에서 이제는 신기술을 선도하는 위치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신기술을 선도하는 위치로 바뀐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이런 위상 변화에는 ETRI가 큰 역할을 한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IT R&D 역사 만들어 가= ETRI의 연구개발사는 곧 우리나라 IT 연구개발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1가구 1전화 시대를 연 전전자교환기(TDX)를 비롯,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혁명을 이룬 초고집적 반도체 DRAM, 휴대폰 강국의 초석이 된 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CDMA), 손 안의 TV시대를 실현한 지상파DMB, 3세대 이동통신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와이브로(WiBro), 4세대 이동통신 무선전송시스템(NoLA) 원천기술 개발 등 세계적인 연구 성과물들이 모두 ETRI에서 쏟아져 나온 것들이다. 설립 30여 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내놓은 이런 결과물들이 우리나라가 IT불모지에서 지금의 IT강국 코리아를 만든 바탕이 됐다. 우리나라 IT R&D의 시작은 국내 최초의 대형국책프로젝트였던 전전자교환기(TDX) 개발로부터 시작됐다. 70년대 고도 경제성장에 따른 전화 수요 폭증 및 만성적인 전화 적체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TDX 개발은 지난 78년부터 93년까지 무려 15년에 걸쳐 당시로는 천문학적인 액수인 1076억 원의 연구비와 연인원 3146명의 연구 인력이 투입됐다. TDX 개발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10번째 전전자교환기 생산국이자 6번째 수출국 반열에 올랐다. TDX는 오는 2010년까지 7조 999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IT 연구개발에서 우리나라가 두드러지게 부각된 분야는 메모리 반도체이다. 현재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기반은 국책연구기관인 ETRI와 공조에서 시작됐다. 88년 4M DRAM 개발, 91년 16M DRAM 개발, 92년 64M DRAM 개발, 94년 256M DRAM 개발 등으로 이어지는 숨가쁜 기술 선진국 추격전을 통해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런 DRAM 개발은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최단기간 내 극복한 연구성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하는 밑거름이 됐다. 현재 전세계인이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 CDMA의 상용화는 우리나라가 IT분야 기술선도국으로 올라서는 계기가 된 대표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지난 96년 우리나라가 세계 처음으로 이 기술의 상용화 성공은 퀄컴으로부터의 기술료 분배금 수익과 단말기, 시스템, 중계기, 계측기 등 CDMA 통신장비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전환점이 됐다. 메모리 강국에 이어 휴대폰 생산 강국으로 올라선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신성장동력으로 부각된 지상파DMB 기술의 상용화도 마찬가지다. 지난 96년 CDMA기술을 처음으로 상용화한 지 10년만인 지난 2005년 12월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지상파DMB 상용 서비스를 시작, ‘손안의 TV, 나만의 방송시대’를 열어주기도 했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개발한 지상파 DMB 상용화 기술이 국제표준으로까지 제정된 것. 그만큼 지상파DMB 기술의 상용화는 세계시장에 한국 IT의 위상을 재확인 시켜준 것이다 이런 지상파DMB 기술은 오는 2010년까지 1000만 명 가입자 확보가 예상되는 등 정보통신 서비스 부문의 신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0월 대한민국 IT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낭보가 전해졌다. 지난 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와이브로(WiBro)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제3세대(3G) 이동통신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이 날아 든 것. 이동 중에도 끊김없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와이브로의 국제표준 채택으로 우리나라는 인터넷 기술강국으로서도 자리 매김하게 된 것이다. ETRI는 최근 차세대 이동통신인 4세대 이동통신 무선전송시스템 ‘놀라(NoLA)’ 원천기술 개발 및 시연에 성공했다. 한마디로 4세대 이동통신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 경제효과 104조 창출= 이런 선도기술개발로 이룬 경제적 파급효과는 104조 원에 달한다. ‘24시간 불 꺼지지 않는 연구원’으로 불리며 쉼 없는 도전과 열정을 뿜어낸 ETRI 연구원들의 숨은 공로가 기반이 됐음은 물론이다. 대덕특구 소재 정부출연연구기관의 88%를 차지하는 4600여억 원의 기술료 수입을 거뒀다. 특허 출원 실적은 2만 건이 넘는다. 최근 10년간 SCI 등재 논문만 1000여 편에 이르고, 전 세계 기술표준을 책임지는 국제표준전문가도 1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연구 인력의 97%가 석·박사 급으로 구성돼 있는 것도 출연연으로는 전후후무하다.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전산학 등 관련 대학교수 인력 중 1000여 명이 ETRI출신으로 이들이 우리나라 IT연구개발을 선도한 것이다. 벤처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 초에는 벤처사관학교의 명성에 걸맞게 280여개 벤처가 연구원 창업으로 시작해 IT벤처 붐을 이끌었고, 핸디소프트, 아펙스, 서두인칩, 빛과전자, 해빛정보, 이노와이어리스 등 13개 동문기업이 코스닥에 상장돼 IT 전문기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문기 원장은 “설립 이래 2000여개의 기술을 3600여 개 IT산업체에 기술이전했다”며 “앞으로 인간중심 IT 융합기술 선도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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