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는 ‘부자 대학 만들기’ 열풍이다. 글로벌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대학 사회에서 튼튼한 재정 없이는 인재 유치와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는 언감생심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대학의 수익사업을 규제해왔던 법규들이 한꺼번에 풀렸다. 지난 7월 국회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켜 대학들이 지주회사를 설립,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교육부는 오는 12월부터 사립대의 적립금을 주식 등 수익성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했다. 재테크 화두가 대학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세계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대는 우리나라 교육부 한 해 예산과 맞먹는 자금을 굴린다. 부자 대학이 되는 비법은 따로 있을까. 미국에서 재단 적립금 규모 수위를 다투는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의 노하우를 조명해봤다. # 노하우 1. 기업과 상아탑 경계를 무너뜨려라. 스탠퍼드는 가장 정교한 산학 연계 모델로 성공한 대학이다. HP·인텔·구글 등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적극 육성하는 한편, 학내 창업도 적극 권장한다. 지식재산권(IP)을 팔아 거액의 로열티 수입도 올린다. 여기에다 실리콘밸리라는 지역 경제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모델까지 갖춤으로써 방대한 기술과 자금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구글이다.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와 세르게이 브린의 모교인 스탠퍼드는 창업자들이 컴퓨터공학 대학원 재학 시절부터 회사를 설립, 운영할 수 있도록 기술과 자금을 아끼지 않았다. 그 대가로 170만주의 구글 주식을 받았고 구글의 기업공개(IPO)는 대학에도 수천억원대의 ‘대박’을 안겨다 줬다. 스탠퍼드는 벤처캐피털 펀드를 통해서도 구글에 투자했는데 이 역시 25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그뿐만이 아니다. 스탠퍼드는 구글에 제공해준 검색 기술로 특허료(2011년 만기)도 짭짭하게 챙기고 있다. 스탠퍼드대 기금 운용 자회사인 ‘스탠퍼드매니지먼트컴퍼니(SMC)’가 다른 대학 자산운용 회사에 비해 벤처 투자 비중이 높은 것도 실리콘밸리라는 지역적 이점을 이용해 될 만한 회사에 조기 투자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랜달 리빙스턴 전 스탠퍼드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스탠퍼드는 확실히 복 받았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스탠퍼드 내에 지식재산권(IP)을 관리해주는 기술특허사무소(Office of Technology Licensing)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 유수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인 OTL은 학내에서 만들어진 연구성과와 기술을 특허로 등록해주고 기업한테 알선해주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OTL은 “대학에서 만들어진 기술을 빠른 시간 내 상품화해 로열티 수익으로 연결함으로써 기업과 대학이 모두 윈윈한다”고 설명했다. 로열티 수입은 개발자·학교·학부가 3분의 1씩 나눠 갖는다. OTL 라이선스는 구글 검색 기술을 포함해 초고속인터넷기술(ADSL)·DNA 복제 기술 등 1000여 개에 달한다. OTL은 2006년에만 신규 라이선스를 109개 추가 등록했고 OTL 36년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6130만달러를 로열티로 벌어들였다. # 노하우 2. 명석하면서도 공격적인 펀드 매니저가 돼라. 스탠퍼드가 실리콘밸리 경제를 바탕으로 한 ‘지역 유지’ 스타일이라면, 하버드는 월가의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를 닮았다. 하버드의 자산운용회사인 HMC(Harvard Management Company)는 월가에서도 ‘공격적인 포토폴리오의 모범’으로 불린다. 2006년 하버드 적립금 규모는 289억달러로 비영리 단체 중에는 카톨릭 교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데, 2006년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 16%를 훨씬 웃도는 23%를 기록했다. HMC의 고수익 비결은 ‘하이리크스 하이리턴’ 전략이다. 위험 자산인 주식 투자 비중이 45%에 달하고 실물자산이나 물가연동 국채 등 안정적인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는 9%에 불과하다. 미국 주식과 부동산뿐만 아니라, 신흥국가·해외 주식·사모펀드 등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2006년 하버드 기금운용 책임자로 새롭게 취임한 모하메드 엘 에리안도 펀드 매니저를 충원하고 미개척 시장 투자를 주도, 신흥시장에서 44%의 수익을 올렸다. HMC의 위험한 투자가 속속 성공하는 것은 펀드 매니저 보상이 확실해 유능한 금융전문가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HMC 펀드 매니저는 30명에 달하는 데 자체 기준 수익률보다 1%라도 높게 나오면 50만달러씩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때 상위 6명의 펀드매니저들은 매년 봉급과 성과급으로 7000만∼1억달러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하우 3 (?)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대한 비판과 각종 구설수는 어떻게. 부자 대학의 재테크가 항상 명성만 자자한 것은 아니다. 비판과 구설수도 적지 않다. 스탠퍼드대 존 헤네시 총장은 지역경제와의 교류가 활발한 점을 십분 이용해 자신의 재산을 늘리는 데도 수완을 발휘했다. 지난해 11월 그가 벌어들인 ‘가욋돈’만 100만달러. 아테로스커뮤니케이션 지분 매각, 구글 스톡옵션 행사, 시스코시스템스 자문료 등으로 모두 실리콘밸리의 인맥을 활용해 벌어들인 것이다. 그는 시스코와 구글의 이사인 동시에 아테로커뮤니케이션 공동창립자다. 학계에서는 헤네시 총장이 상아탑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난을 퍼붓고 있지만, 스탠퍼드대 이사회는 그를 적극 옹호한다. 그가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34억달러가 넘는 기부금을 모아, 프린스턴대와 텍사스대를 제치고 대학 적립금 3위의 반열에 올라놓았기 때문이다. 하버드 HMC 펀드 매니저들도 과도한 성과급으로 물의를 빚었다. 상위 6명은 매년 봉급과 성과급으로 7000만∼1억달러를 받았고 HMC 전 기금 운용 책임자 잭 메이어도 이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구설수에 올라도 HMC 매니저는 스타 투자가로 이름을 날린다. 잭 메이어가 2006년 설립한 헤지펀드(컨벡서티 캐피털)에는50억달러가 몰렸고 하버드대도 5억달러를 투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부자 대학이 더 부자가 되고 우수한 교수와 학생을 싹슬이해 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다른 대학의 교육 환경이 상대적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사유재산화 ‘바이-돌법’ 대스탠퍼드대의 기술특허사무소(OTL)가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80년대 제정된 ‘바이-돌법(Bayh-Dole Act)’ 영향이 컸다. 70년대 중반 베트남전 패배로 허덕이던 미국은 산업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법적 기반을 크게 강화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이-돌법이다. 이 법은 연방정부가 제공한 연구기금으로 개발한 기술이나 연구성과라도 대학의 특허권을 인정하고 사유재산화할 수 있게 했다. 기존의 국가소유 원칙을 버리고 대학이 지식재산권을 창출하고 기술 거래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한 것이다. 대학기술관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바이-돌법의 효과는 대단했다. 1980년대 이전에는 대학 특허가 250개 정도에 불과했으나, 바이-돌법이 발효된 후에는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 특허 수는 85년 470개에서 99년 3159개로 늘어났다. 91∼99년 약 10년 동안 신규 특허건수는 77% 증가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0여 개가 넘는 대학이 기술거래사무소를 개설하고 기술을 기업에 판매한다. 이러한 미국식 대학 재테크 바람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의 명문 뭄바이대학은 3월 세계 최초로 학교 지분을 증시(인도)에 상장했으며, 베이징대학 역시 ‘북대녹색과학기술유한공사’를 미국 카길에 매각해 7배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조만간 벤처투자회사를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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