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증시가 약속이나 한듯이 20년 전 ‘블랙먼데이’ 악몽을 되풀이하며 폭락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다우지수 급락에 이어 22일 국내 증시도 코스피지수가 60p 넘게 떨어지며 지난달 20일 이후 한달여 만에 장중 1900선이 붕괴됐다. 지난 1987년 10월 19일, 당시 주말 휴일을 마치고 개장한 미국 증시가 사상 최대 폭락으로 ‘블랙먼데이’를 기록한 지 정확히 20년 만에 비슷한 상황이 재현된 것. ◇되살아난 악몽=주식시장의 호사가들은 이달 초부터 블랙먼데이 20주년을 앞두고 △금리인하에서 인상 기조로 전환 △인플레이션 우려 대두 △달러 약세 등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유사하다며 블랙먼데이 재현을 점치는 전망을 쏟아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19일 미국 증시는 크게 떨어졌고 때마침 월요일을 맞은 국내 증시도 뒤이어 폭락, 또 하나의 ‘블랙먼데이’를 연출했다. 코스피지수는 66.29p 하락한 1903.81로 밀려났다. 코스닥시장은 장중 프로그램매매의 매도호가 효력이 중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맞물리는 악재=이미 지난주부터 단기급등 부담감과 유가급등 우려감으로 조정 기미를 보이던 국내 증시는 미국발 악재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중 단 세 종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약세를 면치 못했으며 전체 유가증권시장에서 떨어진 종목(709개)이 오른 종목(109개)의 7배에 달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지난 87년 블랙먼데이 당시 다우지수 하락률이 22%에 달했던 것을 감안할 때 2∼3%에 그친 최근 하락장을 동일시하긴 어렵지만 미국 증시의 구조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20년 전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상승, 기업실적 부진, 미국 금리인하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이에 민감하게 반응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악화가 급락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단기대응 자제해야=전문가들은 당분간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만큼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대우증권은 “오는 31일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인하 여부 등이 확인될 때까지는 전 세계 증시가 혼란스러운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메리츠증권 심 팀장은 “향후 증시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다만 최근의 지수 급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팔고보자는 식의 투매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으로 현 상황을 매수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나대투증권의 서동필 연구원은 “증시의 장기적인 상승추세가 꺾이지 않았고 중국 관련 주의 전망도 아직 밝다”며 “그동안 비싼 가격 때문에 우량주를 사들이지 못한 투자자에겐 이번 조정이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블랙먼데이…지난 1987년 10월 19일(월요일) 미국 다우지수가 22% 급락하면서 사상 최악의 폭락을 기록한 날. 당시 미국 증시는 금융시장의 긴축기조 전환, 천문학적인 규모의 무역·재정수지 적자, 주가 급등에 대한 우려감 등이 맞물려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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