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출시한 SK텔레콤의 망내 할인 상품 ‘티(T)끼리 티(T)내는 요금제’ 가입자 수가 닷새 만에 10만명을 넘어섰다. 홍보를 본격적으로 진행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망내 할인을 향한 소비자의 지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SKT 관계자는 “요금제 하나가 시장 분위기를 들썩이는 상황은 드물다”며 예상 밖의 호응에 놀라워했다. 망내 할인이 촉발한 요금 무한 전쟁에 이동통신사의 요금제 전략이 과거와 같을 수 없다. 고객 역시 지금까지와 다른 소비전략이 필요하다. ◇요금제 개편 불가피=망내할인 도입은 이통 3사의 요금 책정 전략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개별 요금제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수익 계산이 매우 단순했지만 망내 할인이 접목된 요금제는 이용자의 망외 통화 비율이나 통화 습관, 혹은 경쟁사의 대응상품 출시 등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통 3사는 향후 몇 달 동안 현재 내놓은 요금제의 소비자 반응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연구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작업을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정확한 반응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라며 “요금 만족도는 절대적인 숫자보다는 사용자 느낌에 좌우되므로 ‘자신이 혜택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명한 소비전략 필요=소비자도 이젠 요금제를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지금도 이통사마다 수십여개 요금제가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어 소비자는 별 생각 없이 요금제를 선택했다. 앞으론 달라진다. 사용 형태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날 요금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통사가 제공하는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해볼 만하다. SKT는 ‘T끼리 T내는 요금제’ 출시와 함께 웹사이트에서 요금체험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고객이 자신의 평균 국내통화료를 입력하면 망내 할인 요금제에 가입했을 때 실제로 얼마 정도를 절약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3만원을 입력하자 매월 795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물론 이 수치는 SKT 망내 통화 평균비율 53%를 대입해 단순 계산한 것이므로 실제 결과는 써봐야 안다. 이용자의 사업자 선택 기준이 과거 ‘단말기’나 ‘보조금’에서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로 옮겨갈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금은 통화를 자주 하는 한 가족 내에서도 서로 다른 통신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는 가족이나 친구 등 공동체 관계에 있는 사용자가 하나로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전망이다. ◇요금제 단순화의 시발점?=사업자가 구체적인 방향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새 요금제를 추가하면서 기존 요금제를 줄이는 병행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망내 할인이 보편화하면 소비자 만족과 이익이 균형을 이루는 요금제 위주로 단순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당장은 요금제가 훨씬 다양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제 막 시작한 망내 할인 제도가 안정화하기 전까지 경쟁사보다 눈에 띄는 요금상품을 발빠르게 선보여 소비자를 붙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 요금제는 소비자의 휴대폰 이용 계획 수립에도 도움을 준다. 회사원 이정우씨(33)는 “이통사의 요금상품 중 상당수는 굳이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해야 하는 때가 많다”며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요금체계를 원하는 고객도 많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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