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와 기업 이윤율 1) 1. 배경 지난 1997년 말 시작된 금융·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현재도 이 문제에 대해 완전한 ‘모범답안’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논자들 사이에 어느 정도 의견 합치가 있는 것 같다. 현 위기는 거시적 경기변동의 일환이라기보다는 미시경제적인 것으로서, 기업-금융-정부-노사관계를 관통하는 고리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거론되고 있는 위기의 구도는 그림 1 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위기는 일차적으로 기업의 성과에서 발생했다. 한국의 기업은 지속적으로 자본의 기회비용만큼 이윤을 못 내어, 가치를 부가하기보다는 ‘파괴’하여 왔다. 표 1 에서 보는 것처럼 기업경상이익률로 계산한 제조업 평균이윤율과 차입금에 대한 지급이자율을 비교해 보면, 이윤율은 1990년대 내내 명목이자율보다 낮고, 실질이자율보다는 1995년까지는 높았으나 1996년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더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2) 기업의 성과가 이처럼 악화되게 된 이유로서는 무엇보다 과다차입(over-borrowing)에 의한 과잉투자(over-investment)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재벌 기업들은 자산규모나 매출액 등 양적 성장에 주력하여 계열기업간의 상호지급보증 등으로 차입한 자금을 수익성을 가리지 않고 투자하였다. 재벌기업들이 이윤율보다 규모에 집착하게 된 이유로서는 우선 재벌 총수와 소액주주 간의 대리인 문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1996년 현재 30대 재벌기업의 총수와 그 친인척의 소유 지분은 14.1%에 불과하였다. 이런 소액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재벌 총수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외적 성장전략을 선호하게 된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유휴현금흐름(free cash flow, Jensen 1986 323)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경우 14% 정도의 배당소득만을 얻을 수 있는데 반해, 기업 내부적으로 재투자하는 경우에는 유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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