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비극적 개인과 계몽 의식 - 춘원 이광수의 1920년대 역사소설 논고 - 1 역사소설을 보는 문제 춘원 이광수의 역사소설에 대한 기존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딱히 춘원의 경우에 국한되지 않고, 식민지 시대에 나온 역사소설들 일반에 대한 연구사의 평가가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역사소설’의 긴장을 낳는 두 요소 곧 ‘역사’와 ‘소설’ 각각의 기준을 세운 뒤에 그에 비추어 외삽적인 평가를 내려 온 데 그 원인이 있다. 한편으로는 역사적 사실에 있어서의 착오나 과거를 바라보는 역사관이 문제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근대 장편소설이 지녀야 할 문학성을 갖추었는가 하는 점에서 비판적인 지적들이 이루어졌다. 춘원의 경우에 한정하여 살펴도 사정이 그러하다. 춘원의 역사소설에 대한 당대의 평문에서부터 이러한 점이 두드러진다. 단종애사 를 두고서 주요섭은, 말미가 충실하고 감상성을 탈피했다는 점 등을 들어 춘원의 장편 중 가장 잘된 것이며 신문소설로는 성공한 것임을 지적하는 한편, 주인공 단종의 인격이 불분명하게 그려지는 등 인물들이 살아 있지 못하며 상황에 있어서 ‘歷史의 참 骨髓가 되는 大衆의 움즈김, 大衆의 生活, 大衆의 感情과 情緖’를 발견할 수 없다 하여 비판한 바 있다.1) ‘역사(에 대한 인식)’와 ‘소설(미학의 구축)’ 양 측면으로부터 비판적으로 따져 들어가는 이러한 방식은, 춘원의 역사소설 일반에 대하여 포괄적인 비판을 행한 김동인에 의해 정식화된 감이 있다. 1921년 상해로부터 귀국하여 재차 문학 활동을 펼친 춘원의 작품들을 검토하면서 김동인은 허생전 과 일설 춘향전 을 ‘물어(物語)’라 하고, 마의태자 와 단종애사 , 이순신 의 세 편을 사담(史譚)에도 못 미치는 ‘사화(史話)’라 하여 비판하고 있다.2) 그의 비판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으로는 역사적 사실의 재현이 적절치 못함을 수없이 지적함과 동시에 우리의 역사를 지나치게 소극적·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비판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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