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이미 한 세기가 끝나는 세기말이 여러 번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예학자들이 1900년을 전후로 한 시기를 가리켜 유독 ‘세기말fin de si cle’ 이니 혹은 ‘세기전환기 Die Jahrhundertwende’니 하는 문예학적 그리고 예술사적 꼬리표를 붙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이때의 이 용어는 말 그대로 한 세기의 종국이나 한 세기가 다른 세기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는 단순한 시간적 규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개념은 독일 문화사에 있어서 하나의 특이한 상황, 즉 역사의 한 특별한 시점을 칭하고 있다. 1869년에 이미 무의식의 철학자 하르트만Ed. v. Hartmann이 “우리들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래 일찌기 전례 없는 커다란 변혁의 시대에 살고 있다”2)라고 언급했듯이, 19세기 후반의 유럽 세계는 엄청난 변화를 맞고 있었다.
정치 사회적으로 당시 유럽 국가들은 자본주의, 제국주의, 식민지주의, 헤게모니 쟁탈, 강대국을 중심으로 한 권력의 블럭화 등의 정치 경제 사회의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있었다. 정신적인 정황에서 살펴보면 유럽인들은 한 쪽에서는 마르크스주의, 실증주의, 자연주의 그리고 자연과학과 진보사상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추구하고 있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심미주의, 상징주의 나아가 새로운 신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동시에 조형예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신낭만주의, 신고전주의, 신고딕 및 라파엘 前派 등, 과거의 양식들이 예술 속에 새롭게 부활하고 있었고, 인상파와 상징주의 회화에서 볼 수 있는 변화된 시각적 표현양식들이 실험되거나 실현되고 있었다. 말하자면 이 1900년을 중심으로 한 이 시기에는 우리가 간단하게 조망하기 어려운 다양한 역사적·시대적 배경이 깔려 있었다.
바로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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