蘆溪 朴仁老의 善歌者으로서의 面貌와 그 意義 1. 머리말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문학작품에 대한 온전한 평가와 이해를 위해서는 그 작품을 생산해 낸 작가의 생애와 의식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비록 지극히 원론적이고 상식적인 진술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작품연구는 일차적으로 작품의 당대적 가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판단해야 함을 간과할 수는 없다. 작품의 당대적 가치는 당대 작가들의 일반적인 사상이나 의식과 함께 한 작가의 특수한 상황과 작가 의식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작품분석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때 작가의 의식이나 특수한 상황 등은 삶의 구체적인 공간인 당대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실정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리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서 蘆溪 朴仁老(15611642)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기존 연구를 살펴보도록 한다. 蘆溪에 대한 연구는 李殷相1)이 대략적으로 소개하고 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수십 편의 논문 및 저서가 축적되어 있다.2) 이렇듯 많은 양의 연구 성과가 축적된 사실 그 자체가 곧 蘆溪와 그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특성과 면모를 반증해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량에 달하는 연구 성과의 이면에는 忠·孝와 같은 兩班 士大夫 意識 또는 躬耕 意識 내지 耕田 意識에 따른 작품해설이 주종을 이루고 있거나, 아니면 陋巷詞 와 같은 작품에 보이는 궁핍한 생활에 주목하여 조선 전기 가사의 관념성을 탈피하여 조선 후기 가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해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蘆溪가 살았던 시대가 관념적인 양반 사대부의 載道的 文學觀에 기반을 둔 조선 전기와 사실적이고 서민적인 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조선 후기를 이어주는 교량적 역할을 한다는 문학사적 의의, 松江 鄭澈이나 孤山 尹善道와 같은 정통 사대부와는 다른 鄕村士族이라는 작가의 특별한 신분3), 그리고 궁핍한 현실에 대한 사실적이고 노골적인 서술을 담고 있어 조선 후기 가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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