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산업 현주소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은 기회와 위기가 교차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업계 구심점인 협회가 탄생하면서 디스플레이 최강국을 향한 협력체계가 구축된 것은 더할 나위없는 기회다. 하지만 일본·중국·대만 등의 견제는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다행히 한국은 세계 최강의 패널 양산 기술을 갖고 있다. 삼성과 LG로 대변되는 패널업체들의 자금력도 풍부해 공격적인 투자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강점으로 호기를 살리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디스플레이 최강국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약점도 많다. 장비·부품·소재 산업의 해외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국내 패널업체간 과당경쟁도 심각한 수준이다. 패널업체와 협력업체간 상생협력 풍토 역시 일천하다. 이상완 디스플레이협회장은 “협회 출범 이후 약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폐쇄적인 시장환경을 구축한다는 인상을 주면 자칫 세계 무대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 활동으로 한국 산업 발전이 곧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부각하면 명실상부한 최강국으로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스플레이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배불뚝이’ 브라운관에서 ‘날씬한’ LCD와 PDP로, 또 자연색을 그대로 구현하는 ‘꿈의 디스플레이’ AM OLED까지 디스플레이의 발전은 거침없다. 휘는(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출현할 날도 머지 않았다. 디스플레이는 해마다 시장규모가 수직 상승하는 ‘황금어장’이요 영원한 성장동력이다. 한국은 디스플레이산업에서 후발주자였지만 과감한 투자와 빠른 기술 개발로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브라운관, LCD, PDP, OLED 등 디스플레이 전관왕을 차자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추월 당한 일본, 후발주자 대만과 중국 등 도전자들의 추격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들의 도전에 적절히 응전해야만 한국은 디스플레이 강국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때마침 출범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와 함께 어떻게 하면 우리가 영원한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자리매김 할수 있을 지를 탐색해본다.
1968년 미국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든 공상과학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비행선 곳곳에 설치된 화려한 디스플레이와 벽 전체가 거대한 화면으로 휩싸인 광경은 연방 감탄사를 자아냈다. 비디오폰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영화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2007년, 꿈은 현실이 됐다. 비행기마다 좌석에는 7인치 LCD가 설치됐고, 대형 평판TV로 한 벽면을 가득히 채운 거실 풍경도 일반화 됐다. 2인치의 조그만 디스플레이를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는 풍경은 더 이상 신기하지 않다. 2002년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또 다른 디스플레이의 미래를 제시했다. 지하철에서 전자종이로 만들어진 신문으로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 멀티 터치 스크린을 이리 저리 두드리며 정보를 검색하는 모습은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40년전과 사뭇 달랐다. 이 영화의 배경은 2054년이지만 이미 이같은 디스플레이는 벌써 시제품으로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의 발전은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기술 개발이 진전될 수록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세탁기와 냉장고에 조그만 디스플레이가 붙으면서 가전제품은 인간과 교감할 정도로 똑똑해졌다. 건물 곳곳에 대형 전광판이 걸리고, 엘리베이터 속으로 LCD가 들어가면서 사람들은 수시로 뉴스와 정보를 접하며 세상과 소통한다.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이제 10년내 신문과 책을 대체할 전자종이도 상용화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디스플레이가 진화하면서 산업은 용솟음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세계 디스플레이시장 규모는 지난 2003년 390억달러에서 내년에는 100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불과 5년 만에 3배나 수직 상승하는 셈이다. 이같은 성장세는 거침이 없을 전망이다. 지금의 주력인 LCD와 PDP에 AM OLED,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시장이 보태질 때마다 성장 곡선은 계단 모양으로 불쑥불쑥 솟아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석준형 삼성전자 차세대연구소장은 “미래의 디스플레이는 프린터로 용지를 인쇄하듯 저렴하고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크기로 사용이 가능한 하나의 소모품이 될 것”이라며 “생활 곳곳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신문과 책을 디스플레이가 대체하면 그 시장 규모는 가늠하기조차 힘든 황금어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영원한 성장동력 디스플레이산업의 맹주를 꿈꾸고 있다. 선발주자 일본에 비해 LCD, PDP, OLED 등의 개발 역사는 10년 가까이 뒤졌지만, 미래를 보는 안목과 특유의 민첩함으로 이미 분야별 정상에 코리아의 깃발을 꽂은 상태다. 지난해 한국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LCD 36.3%, PDP 52.7%, OLED 39.9%로 하나같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96년 일본보다 10년 가량 늦게 출발한 LCD는 2000년대 접어들면서 불과 5년여 만에 정상자리를 꿰찼고, PDP와 OLED 역시 2000년부터 시작해 한 걸음에 패권을 거머쥐었다. 대규모 자본을 과감하게 투자하고, 원천기술에 뒤졌지만 생산·제조기술을 추월하면서 ‘디스플레이 강국’의 아성을 구축했다. 하지만 추월 당한 일본, 후발주자 대만과 중국 등 도전자들의 추격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타도 한국’을 기치로 내건 이들은 기술교류, 전략적 제휴 등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고 있다. 실제로 PDP는 지난해 국가별 시장점유율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1등 기업 타이틀은 일본 마쓰시타에 내줬다. LCD는 매출 기준으로 대만보다 불과 0.1% 포인트 앞서는데 그쳤다. 일본과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장비·부품·소재 등 후방산업의 위기감은 더하다. 자칫 잘못하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대만·중국으로 주도권이 바로 넘어갈 처지다. 이에 맞선 한국의 응전도 시작됐다. 최대 라이벌인 삼성과 LG가 손잡고 출범시킨 디스플레이협회가 그 시발점으로 꼽히고 있다. ‘디스플레이 최강국 코리아’를 슬로건으로 내건 협회는 경쟁국의 도전을 물릴 칠 힘과 지혜를 발휘할 구심점이기 때문이다. 협회는 이미 상생협력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업계 공동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차세대 기술 공동 연구, 특허 공동 대응 등의 활동도 속속 돌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협회 출범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속단을 경계하고 있다. 그릇이 만들어졌지만 내용물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최강국의 꿈이 현실화될 수도, 반대로 이류·삼류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상완 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은 “진정한 디스플레이 최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패널뿐만 아니라 소재·장비 등도 함께 일류화해야 하는 등 해결과제가 적지 않다”며 “협회를 중심으로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이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면 2015년부터 연간 100조원이 넘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궁무진한 성장산업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영원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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