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산업은 다양한 요소기술이 통합된 종합 시스템산업이다. 게다가 규모마저 크다 보니 사업 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곤 한다. 투자 비용이 엄청나고 기술 개발 기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일정한 단계까지는 국가 주도의 기술 개발과 투자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종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개발팀장은 “조만간 과학기술부와 항우연이 공동으로 우주산업 실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이 조사가 이루어지면 기본 인력이나 산·학·연 투자 계획 등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나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주 분야가 정부 주도의 특성이 있는 산업이긴 분명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민간 베이스로 가야하는 방향은 맞다”며 “항공우주 분야와 마찬가지로 기술 인력 투자의 연속성을 찾아 민간부문이 함께 육성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확고한 정책 추진과 함께 현재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사천과 고흥·대덕특구(충남 포함)를 중심으로 민간부문의 클러스터 조성도 탄력을 받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항공우주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국내 항공우주산업 기반과 맥을 같이 하면서 사천 지역을 이끌고 있고, 항우연은 대덕특구의 항공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항공우주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대체로 항공기·인공위성·로켓·미사일 및 관련 부속기기류, 지상지 원장비 등을 생산하고 정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면서 “비행체 관련 생산과 우주발사체·항공우주선·인공위성·유무인 우주선의 재료 및 기술 개발 연구·조립 및 생산, 항공기 또는 우주비행체 구성품의 조립 및 생산 등이 망라된 종합 초정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항공우주산업은 기계·전자·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종합 시스템산업이기에 기계·전자·자동차·조선산업 등 다른 산업에의 기술 파급 효과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항공우주 분야를 키워야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경남 사천 메카로 떠올라=최근 경남 사천이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사천의 중심 축은 KAI다. 정부가 추진하는 군수 및 민수 항공사업에 대해 독점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KAI는 고정익·회전익·기체사업·위성사업·방산 전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KAI는 F-16용 탄소브레이크를 납품 중이며, 다목적 실용위성(KOMPSAT 1) 1호 개발사업에 참여해 원격측정명령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또 군수용 헬기인 소형전투정찰헬기(KLH)를 유로콥터로부터 기술 이전받아 양산 중이다. 사천은 현재 진사산업 1·2단지 내 16만㎡에 항공클러스터와 관련한 부지 조성을 완료했다. KAI를 중심으로 에스앤케이항공·율곡·연암테크·유진·티시피·샘코·대신항공·에어로매스터·S&K항공·주성정공사 등 10여개 기업이 운집해 있다. 사천시 관계자는 “입주 업체 가운데 50% 정도가 가동 중”이라며 “2000여억원을 쏟아부은 이 산단에 선박이나 IT 관련 대형 기업까지 합치면 40여곳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선 항공, 고흥은 우주센터=이에 반해 전남 고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 중인 우주센터를 중심으로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다. 고흥군은 ‘나로 우주센터’ 건설지구 일원 520만m²에 3840억원을 들여 우주항공 문화 체험이 가능한 특화된 관광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충남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지만 천안의 한화 항공우주사업부와 예산의 한벨헬리콥터를 중심으로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8560여만평에 달하는 새만금 간척지에 대해 국가 미래산업의 핵심이 될 첨단 항공우주산업의 허브기지로 추진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지역을 군산 및 군장산업단지와 연계된 친환경적 항공우주산업단지, 아·태 지역에 대한 항공우주 주요 부품 공급기지, 우주선 발사 및 복귀를 위한 우주 포트 기지로의 조성을 주장했다. 류광호 에스티클러스터 사장은 “항공우주산업 자체가 길게 가야하는 미래 국가 기반산업이기에 업체끼리 모여 클러스터 준비에 애를 쓰고는 있지만 프로젝트 위주의 정부 사업으로 인해 인력의 단절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 저변 확대 방안을 강구한다면 클러스터 조성이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우연 중심 관련 업체 기지개=선진국 대비 부문별 국내 기술 수준이 부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70∼80% 수준까지 올라가며 관련 업체의 성장세가 이어지며 클러스터화되고 있다. 항우연의 위성 및 발사체 개발 협력업체로 전국 전역에 퍼져 있는 항공우주 관련기업들은 KAIST에서 떨어져 나온 대덕특구 내 세트렉아이를 비롯한 KAI·대한항공·두원중공업·한화·두산인프라코어·로템·탑엔지니어링·단암시스템즈·퍼스텍·삼성테크윈·위아·LIG 넥스원·유콘시스템 등이 있다. 그러나 풀어야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항공우주산업 육성이 초정밀 가공 기술이나 정밀전자·복합소재기술·체계종합기술 등 첨단 기술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관점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기계·전자 등 항공우주산업 관련 주변 산업의 기술 기반이 갖추어져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매년 7% 이상씩 증가하고 있는 국내외 민간 항공운송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 요인도 항공우주 분야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항공산업의 기반산업인 기계 및 전자산업체의 우수 인력과 기술을 활용할 경우 단기간 내에 정상권 진입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인터뷰-김승조 서울대 교수 “인공위성·로켓 등 우주 분야 국가 R&D 투자 만으로는 우주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가 어렵습니다. 로켓이나 위성은 양산이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내 우주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그 기반이 되는 항공산업의 견실한 발전이 있어야 합니다.” 김승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국내 우주 개발 참여 산업체의 경우 위성이나 로켓 개발 1∼2건 만을 바라보고도 당장은 인력을 배치할 수 있겠지만 개발이 끝나 R&D 공백기가 되면 많은 비용을 들여 육성된 이들 고급 인력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결국 고급 인력이 타 부서 배치나 이직으로 연결돼 다음 개발 프로그램의 비용 상승을 유도하고 또한 회사의 채산성을 나쁘게 만드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며 “양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항공산업이 자리를 잡아 어느 정도의 매출액을 확보한 기반 위에서 우주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면 전체적인 경제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재차 항공 부문의 산업성을 강조하며 “인공위성이나 로켓의 경우에는 이번 KT-1 훈련기와 같이 50여대씩 수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항공의 양산이라는 기반 위에 우주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주 분야는 사상누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또 국내 항공우주 기술 수준에 대해 “우리나라도 항공우주산업의 전후방산업인 정밀기계·재료·전자·IT 기술이 거의 선진국 단계에 도달해 있어 돈을 들인다면 못할 것도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한 뒤 “항공우주 관련 일부 부품·소재·전자업체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보면 로켓이 됐든 위성이 됐든 핵심 부품이나 일부 원천 기술의 경우 개발할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이 없어 못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로켓이나 인공위성 개발처럼 성공 실패가 한 순간에 결정되는 연구사업의 경우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한국적인 풍토도 개선돼야 합니다. 발사체 개발에 국민 세금 5000억원을 들여 실패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과제 책임자들은 아마도 끔찍할 것입니다. 로켓 발사는 50년 경험이 있는 선진국에서도 간혹 실패하는데 이전의 경험 없이 처음으로 개발하는 사업으로써 실패할 가능성은 항상 있는 것이지요.” 김 교수는 “실패 자체도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의 경우 기술 개발의 한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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