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의 외국인 투자 유치 노력이 눈물겹다. 실제 일부 지자체의 경우는 시도지사가 직접 해외 각지로 발품을 팔며 뛰어다녀 수십억 원 규모의 외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사업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후속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되고도 실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차질이 생겨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기업들의 사정에 따라 실제 투자의 이행 여부가 유동적일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절반의 성공, 지자체 외자 유치=부산시는 지난 2000년 이후 외국 기업을 상대로 체결한 투자 및 기업유치 양해각서(MOU)는 40여 건이다. 이중 APEC정상회담이 열린 2005년에만 14건이 맺어졌고, 업종별로 제조업 16건, 연구소 7건, 콜센터 6건, 지사 및 전시관 설립 등 기타 10건으로 구분된다. 지난 6월 세계적인 표면처리업체인 발저스가 지사 외국인 투자지역에 공장을 준공했다. 지난 2005년 MOU를 맺은 발저스는 오는 2010년까지 약 940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5월에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세계 최고의 자용차용 허브베어링 제조사 SKF사와 미국 자동차부품업체 비스티온 인테리어(Visteon Interiors)가 각각 부산 공장 준공식을 갖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충남도는 지난해와 올해 총 12건 14억 달러 어치의 투자 의향서를 받아 놓고 있다. 투자 기업 가운데는 자동차 부품 분야 BHSC와 반도체 세정제를 생산하는 ENF 테크놀러지 등이 포함돼 있다. 경북도는 지난 2년간 26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냈다. 올해는 목표한 10억 달러 투자 유치를 초과 달성했다. 경북도는 또 지난 3월 미 쿠어스텍사로부터 1000만 달러를 유치했고, 지난 28일에는 일본 오릭스사의 태양광발전 신규투자, 아사히글라스의 추가투자(4억 달러)를 유치키로 하는 MOU를 맺었다. 대구시도 최근 한국필립모리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그동안 4500만 달러의 외국 자본을 유치했다. 투자유치단을 공식 발족한 지난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수도권 기업과 외국인 투자를 합쳐 모두 57개사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투자 늦어져 애간장 태우기도=광주시는 지난해 5월 세계 최대 규모의 발광 다이오드(LED) 조명시스템 업체인 웨스팅하우스 LED 라이팅시스템스와 투자MOU를 체결했으나 아직까지 실행되지 않고 있다. 당시 웨스팅하우스는 향후 1년 6개월 동안 300억 원을 투자해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 LED 밸리에 조인트 벤처방식의 ‘웨스팅하우스 LED 라이팅 시스템즈 코리아’를 설립하는 등 구체적인 투자 실행계획까지 밝혔다. 이에 시는 LED밸리에 부지까지 마련해놓고 기다리고 있으나 아직까지 묵묵부답이어서 대표적인 MOU실패 사례로 기록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군산국가산업단지 5600여㎡ 부지에 100억 원을 투입해 자동차 부품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A업체도 2년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입주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전북 군산시와 투자MOU를 체결한 기업은 60개사. 이중 올해 투자가능한 업체는 24개, 14개 업체는 내년도 투자할 예정이다. 하지만, 21개 업체가 투자 시기를 조정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충남도의 경우는 포토마스크 업체인 포트로닉스와의 3억 달러 외자 유치 협정이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체결한 협정 11건 가운데 유일하게 포트로닉스가 전세계 자체 공장의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며 “지난 5월에도 협의는 했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기업 국내 투자 이유있나?=그러나 일부에서는 절반의 실패를 거론하며,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에 다소 부정적인 견해도 피력하고 있다. 잘나가는 해외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의 대기업과 손잡는 것도 아닌데, 굳이 예산지원과 혜택, 시장도 크지 않은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투자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 일부 사례에서도 나타나듯 투자 의향서만 교환한 뒤 투자 시기는 미정으로 남아있는 협약이 있다. 대전시는 최근 1년간 3개 업체와 2억7400만불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투자 유치를 추진했다 백지화돼 대전시의 공신력을 스스로 실추시켰다. 대전시는 지난해 8월 미국 화학섬유 및 물류·유통기업인 인엑심·플레이필드 인터네셔널로부터 1400만달러 투자를 이끌어냈다.인엑심·플레이필드는 당시 대덕특구 외국인투자지역(외투지역) 예정지에 인조잔디 공장을 설립하는 조건으로 대전시와 MOU를 교환했다. 그러나 1년여 가까이 외국기업 유치에 실패한 대전시는 지난 5월 외투지역 예정지를 일반 산업용지로 전환키로 결정하면서 이 두 회사와의 계약을 전면 백지화했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시장 규모에 맞는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외국 다국적 기업의 한국 진출이 얼마만큼 수익 창출에 도움을 주느냐는 계산상의 수지 문제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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