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에 시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 보라는 교수님의 말을 듣고서 여러 번 읽어 보았다. 시를 읽고 있자니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적당히 돈도 벌고, 적당히 잘 생기고, 적당히 운동도 하고, 적당히 머리도 좋고, 적당히 성격도 좋고, 적당히 인간관계도 좋은 사람이 있었다. 다들 저 사람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서 부러워했다. 그런데 이 사람을 찌르자, 마치 풍선처럼 바람이 빠져나가고 텅 비어 있더라는 것이다. 사실 위의 나열한 적당한 좋은 조건들은 모두 그 인간의 외부적인 면일 뿐이다. 그렇게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알고 보니 정말 인간의 가장 필수적인 것은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필수적인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감정, 사랑, 정신, 신념…무엇이라 해도 좋을 테지만, 그 사람의 외부적인 조건을 빼고서 남은 것이 바로 그 사람의 본질일 것이다. 바로 그 본질이 없을 때, 그 사람은 사람이라 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인간의 본질은 전혀 생각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Richard Cory’는 마치 그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해놓은 것처럼 보인다. 예의 있는 부자, 조용하고 신사적인 행동, 괜찮은 외모. 모든 것을 갖췄고 닮고 싶은 이상형이기까지 했던 Richard Cory가 고요한 여름밤 갑자기 총을 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가 들은 이야기에서는 찔리고 나서 텅 빈 것을 안 남자의 이야기인데, Richard Cory는 스스로가 자신의 텅 빈 것을 견디지 못해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차피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죽음 또한 별 의미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저 ‘현대인의 모범백서’한 권이 없어진 것 정도라고나 할까? Richard Cory는 그저 괜찮은 조건을 짜깁기 해 한 곳에 모아놓은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정작 그 사람을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인간 본질의 그 무엇이 없었기 때문에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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