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는 근대의 산물이다. 물론 근대 이전에 '민족'이라는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지연이나 혈연에 기초한 집단적 유대감일 뿐 이데올로기로서의 민족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민족은 몇 가지 기준 아래에서 나눠진다. 그 기준에는 언어, 문화, 종교, 관습과 같은 객관적인 기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객관적인 기준이 성립한다고 민족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동질감이라는 주관적인 요소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민족은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심리적 동질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이 동질감과 객관적 기준이 맞아 떨어질 때 비로소 민족이라는 실체를 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세에는 종족적 충성심에 기초한 애국주의나, 문화적 연속성에 근거한 민족체는 존재하였지만, 봉건적 신분 질서가 존재하여 '우리'가 다시 지배 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누어지는 상황에서 수직적 통합은 이루어질 수 없었고 민족 의식 또한 싹틀 수 없었다. 때문에 실체로서의 민족이 생기기 위해서는 사회 계급적인 모순을 먼저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그 모순을 시민 혁명이라는 형태로 풀어냈다. 부르주아 혁명을 통해서 과거의 신분 제도를 부정하고 자유주의에 기초한 새로운 자본주의적 경제질서를 만들어내고 국민 국가라는 새로운 국가, 민족 개념을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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