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첫 번째로 읽은 김유정의 작품은 '봄봄'이다. 나는 그 소설을 숙제로 인해 마지못해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소설의 재미에 푹 빠졌다. 먼저 '봄봄'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하는 게 웃겼고, 바보스러웠다. 그리고 사건 자체도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었다. 만물이 약동하는 봄날에 늙은 총각인 나도 장가가 가고 싶어서 벌이는 어리석은 사건, 그런데 당연히 내 편인 줄 알았던 점순이의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라는 소리에 얼이 빠져 몰매를 맞고 만다. 처음에는 등장인물들이 우스워서 눈물을 질금질금 흘리며 읽었지만, 그 다음에는 그 사건 자체가 단순히 웃음을 요구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김유정이 쓴 다른 작품도 읽어 보았다. '동백꽃', '금 따는 콩밭', '땡볕' 등. 그런데 김유정의 소설의 주인공은 웃기고 바보스러운 인물들이 대부분이지만 김유정의 삶은 참으로 진지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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