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는 말
II. 『향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독일내 수용
III. 『향수』의 이중부호화된 구조
IV. 희화화된 독창성과 천재사상
V. 좌절된 계몽주의
VI. 나오는 말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유령"의 출몰을 이야기한 프랑스 「르몽드」지의 특집기사는 80년대 초반에 당시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던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사조의 위력을 19세기 공산주의의 출현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이 유령이 출현한 것은 우리나라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이미 80년대 초반 영문학자를 중심으로 소개된 이 용어는 점차 사회학, 건축, 미술, 신학 등으로 확대되면서 논쟁의 중심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 동안 약 10여년간 각종 학술회의와 개별 연구논문의 주제로 활발하게 다루어졌으며, 관련 연구서의 출판이 잇따랐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의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이 용어는 여전히 일의적이고 단선적인 해석을 거부하고 있다. 무엇보다 용어를 둘러싼 논란은 그것이 본격화된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복잡한 양상을 띄고 전개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용어의 정당성과 그 적용범위, 포스트모던의 시작 시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이 궁극적으로 어떤 내용을 갖느냐는 문제들이 논란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모더니즘, 즉 근대주의가 계몽주의 이후의 서구의 합리주의를 의미한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극단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이 후기산업사회의 이데올로기라는 주장과 오히려 기술시대와 결별하고 생태학적인 대안을 찾는 논리라는 주장처럼, 전혀 상반된 내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용어를 둘러싼 혼란으로 말미암아 이 용어가 아무런 개념도 담아내지 못하므로 용도폐기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 용어의 의미확충이 이루어지는 것은 먼저 문학영역이었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의 선구자 중 한사람인 레슬리 피들러는 자신의 논문 "경계를 넘고 간극을 메우고"에서 문학에서 모더니즘의 종말을 선언하고 새로운 문학시대인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작을 선언하였다.
거의 모든 오늘날의 독자와 작가들은, 우리들이 문학적 모더니즘의 최후의 단말마적 고통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출산의 아픔을 체험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 더욱이 1955년이래 뚜렷하게 의식했었다.
이처럼 피들러가 새로운 문학시대의 출발을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앞선 세대의 모더니즘 문학과는 달리, 새시대의 문학이 대중문학과 고급문학사이의 경계를 넘고 간극을 메우고 있다는데 있다. "교양인을 위한 예술과 비교양인을 위한 하위예술이 각기 존재한다는 생각은, 산업화된 대중사회내에도 마치 계급사회에서나 마땅히 어울린 그러한 악의적인 구분의 마지막 잔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바뀐 사회에 맞는 새로운 문학을 요구하였다. 그래서 포스트모던 문학은 전문적인 "비평가"와 일반 "독자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문학인 것이다. 포스트모던 문학은 그 자체 다양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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