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텔레비전에서 ‘왕자와 거지’라는 인형극을 본 적이 있다. 우연히 만난 왕자와 거지는 재미삼아 옷을 바꿔입게 되고, 너무나 닮은 두 사람을 착각하여 왕자는 궁전에서 쫓겨나게 되고, 거지는 왕자행세를 하게 된다. 왕자는 거지 패거리들에게 자신은 궁전에 사는 왕자라고 주장했지만, 거지들은 왕자의 말을 비웃을 뿐이었고, 거지 역시 자신은 빈민굴에 사는 거지라고 시중드는 하인들에게 말해도 그들은 왕자님이 미쳤다고 말할 뿐이었다.
그 인형극을 매일매일 기다리며 볼 때마다, 사람들이 왕자와 거지의 진실을 몰라주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어 본 왕자와 거지의 삶에 무척 흥미로움을 느끼기도 했었다.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도 내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극중에서 살아 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도 정체성을 찾는 여행을 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서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왕자와 거지는 자신의 정체성에 확고한 판단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에 의해 그 정체성은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면 정체성이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정의되고, 그들에 의해 인정받는 것에서만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나의 정체성을 정의해 줄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 가족 일 것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 부모님은 존재 하셔서 나를 이 세상에서 살아 갈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리고 내 모습 속에서 부모님의 모습을 발견하며, 부모와 자녀사이엔 끊을 수 없는 근원적인 뿌리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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