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무달력, 무기력의 본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이미 성자, 예술, 역사의 세계에 지루해져 있다. 더 이상 인간은 종교와 미와 사건에 의해 자신의 생을 자극하지 않는다. 다만 아주 가끔 추억에 잠길 뿐이다.
추억에는 역사성이 없다. 추억은 과거, 현재, 미래의 틀로 규정되어질 수 없다. 추억은 '통사적'이고 '통시적'이다. 추억은 '무중력'이며 '무달력'이며 그리고 순간의 '무기력'이다.
누구든지 추억 앞에서는 비주체적이며 무의식적이며 비반항적일 수밖에 없다. 추억은 이미 내가 주인일 수 없다. 추억이 나를 휘어잡고 나의 판단과 나의 행동을 만들어 낸다. 결코 '내가' 의식적으로 추억을 만들 수 없으며, '내가' 의식적으로 추억을 소생시킬 수 없다. 밀려드는 추억은 흔들어대는 고갯짓으로 쫓아낼 수 없으며, 솟아나는 추억을 흘러내리는 눈물로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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