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 잔혹사를 내가 무척이나 기대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감독때문이었다. 유하 감독에 대한 믿음은 '결혼은, 미친짓이다.'를 보면서 생겨 났는데 '현실에 대한 지극적이고 사실적인 시적표현'으로 영화를 가득채운 것이 나에게는 새로웠고 훌륭했다. 이는 소설가 출신인 이창동이 '이야기(소설)'로 화면을 채운것과는 좀 다른 마치 홍상수와 이창동의 중간에 서 있는 것만 같은 그러한 느낌이었는데,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판타지 적인 요소때문에 나는 이러한 유하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좋은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러한 유하 감독이 70~80년대를 관통하는 감성을 더더군다나 '청춘'의 감성을 그린다고 하였으니 기대를 안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의 기대는 무참히 깨졌는데, 권상우, 한가인, 이정진이라는 출연진은 자칫 잘못하면 이 영화가 별볼일 없는 청춘영화 정도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내게 주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그저 그렇다'는 평은 나의 불안이 현실로 나타났구나 하는 씁쓸함을 갖게 하였다. 상황이 그리 되자 갑자기 이 영화가 거들떠 보기도 싫어지는 것은 어쩔 수 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이 영화를 안보기로 결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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