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시작한지 3개월만에 음악도 다운로드 하고, e메일도 주고 받을 수 있는 정도는 됩니다. 아직은 능수능란하지 않아도 타이핑이 재미있습니다. 110타 정도 됩니다.” 지난주 금요일 방문한 한국갱생보호공단 대전지부(지부장 강덕수) 1층 교육장. 이곳에서는 3개월째 컴퓨터 교육을 받아온 김기만씨(가명, 42)가 컴퓨터를 켜 놓고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인터넷 사용법을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뭔가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찾으려는 열의가 곳곳에서 흘러 넘쳤다. 교육생은 모두 10여명에 불과하지만, 결석률은 거의 없다. 낮에 일하느라 몸이 고단하면 소위 ‘땡땡이’를 치기도 하지만 공부에 대한 열의 만큼은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이곳 갱생보호공단 대전지부의 교육 대상은 모두 전과가 있는 출소자들로 구성돼 있다. 갱생보호공단이 이들의 재취업 및 재사회화를 지원하기 위해 형사 처분을 받았거나 보호 처분을 받은 출소자를 대상으로 최대 12개월까지 숙소 및 식사, 의복 등을 제공한다. 이들은 대부분 낮에는 일터에서, 밤에는 공단 숙소로 돌아와 컴퓨터 교육 등 취업 관련 재교육을 받고 있다. 이날도 10여명이 강의를 맡고 있는 충청체신청 유영숙 강사(24)에 잇따라 질문 공세를 펴며, 인터넷 활용법 배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국갱생보호공단 대전지부는 지난 3일 전산교육실에서 8명의 제1기 전산교육 대상자 수료식 및 제2기 전산교육 대상자 입교식을 열었다. 제1기 교육 대상자로 이달 초 수료한 박진우(가명, 52세)씨는 “시간나는 대로 타이핑하고,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개방 시간을 늘려 줬으면 좋겠다”며 “인터넷쇼핑 및 e메일 발송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월 처음 컴퓨터 교육에 들어가 지난달 말로 총 28회 56시간을 채웠다. PC를 어떻게 켜는지도 모르던 상태서, 이제는 다운로드 받아 음악도 듣고, 쇼핑몰 이용과 e메일을 주고 받는 등 인터넷에는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수준에 올라와 있다. 갱생보호공단 대전지부의 PC는 본래 ‘구닥다리’였지만,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압수된 물품을 검찰청 대전지검을 통해 15대 할당받아 최근 교체했다. 펜티엄4급에 LCD모니터를 갖추고 있다. 충청 체신청은 조만간 추가 지원할 계획으로 있다.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갱생보호공단 대전지부의 강대천 보호팀장은 “2기까지 성과가 어떠한지 평가를 한 뒤 심화학습 단계로 넘어갈 계획”이라며 “정보화 교육이 취업까지 연결되도록 최대한 기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숙식하고 있는 인원은 총 41명이다. 이들 중 보유 PC수에 맞게 선착순으로 지원을 받아 교육하고 있다. 물론 절반인 20여명 정도가 교육 신청 의사가 있지만 교육장 여건과 강사 1명으로는 역부족이어서 교육 기회를 늘리지는 못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해커 출신의 출소자가 있어 교육을 지원했지만, 현재는 유영숙 강사 혼자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강덕수 지부장은 “보통 출소자의 재범률은 70%이지만, 갱생보호공단에서 교육받은 출소자의 재범률은 3% 이하”라며 “마우스로 인터넷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큰 희망이고,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충청체신청 정보화 교육 실적 충청체신청의 정보화 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 실적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교육 실적을 보면 대상 교육기관이 361개, 강사는 363명, 교육받은 인원은 8293명이나 된다. 지난 2001년 84개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166명의 강사가 4513명을 교육하던 것에 비하면 2∼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교육이 시작된 2001년이래 지난 3월까지 4만2000명이 교육 받았다. 교육 대상도 주부와 장애인, 노인, 저소득층, 농어민, 학생 등 다양하다. 지난 1분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 대상은 저소득층으로 매월 211∼344명이나 됐다. 이어 노인 계층이 매월 적게는 78명에서, 많게는 258명이 교육 받았다. 교육 수혜 기관은 복지관, 장애인협회, 여성회관, 문화원 등 사회 복지시설과 학교, 우체국, 보호관찰소, 갱생보호공단, 군부대 등 공공기관을 비롯한 복지정보통신협의회, 노인연구소 등이다. 교육 내용은 가족 사진 편집이나 엑셀 중급, 컴퓨터 초급, 워드 자격증, 파워 포인트 등이 주류를 이뤘다. 한편 충청체신청이 지난 1분기 교육생 113명을 대상으로 교육 호응도를 설문한 결과 컴퓨터 이용 시간이 증가했다는 답변이 85명이나 됐다. 또 정보 능력 향상도도 105명이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또 추가 교육 과목으로 인터넷 심화과정(49명), OA(33명), 자격증(17명), 창업 및 전자상거래(8명), 멀티미디어(6명) 순으로 답했다.
◆인터뷰-충청체신청 유영숙씨 “힘들기는 누구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컴퓨터의 ‘컴’자도 모르던 분들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할 때면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그들이 뭔가를 깨우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갱생보호공단 대전지부에서 1주일에 2회씩 컴퓨터 교육 강사를 맡고 있는 충청체신청의 유영숙씨(24)는 “연세가 높으신 분들은 영어로 돼 있는 PC 용어 등을 많이 어려워 한다”며 “그렇지만 그들이 하나하나 궁금한 것을 물어줄 때 40분 가량 버스 타고 와서 봉사하는 교육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 대상이 출소자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적잖은 부담도 됐습니다만, 지내고 보니 편합니다. 그들도 진솔하게 대해주시고요.” 낮에는 충청체신청 정보화 전화 상담 도우미로, 밤에는 1주일에 두번씩 정보화 교육 자원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유씨는 주변에서 ‘컴 도사’로 통한다. 윈도와 인터넷 운용, 홈페이지 제작, 플래시 제작, 한글, 엑셀, 파워포인트, 포토샵 등 웬만한 프로그램은 ‘눈감고도’ 막힘이 없다. “편모 슬하에서 자라 남들 아픔이 뭔지도 알고요, 가정 형편 때문에 상고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그로 인해 데이터를 주는 대로 정확하게 돌아가는 PC에 매료돼 컴퓨터를 친구로 사귀게 됐습니다.” 주위에서는 유 교사를 두고, ‘또순이’라고 부른다. 활달하고 꾸밈없는 성격에, 주변 분위기를 웃음으로 잘 이끌기 때문이다. 유 교사가 보유한 자격증만 워드프로세서와 ITQ 엑셀이 1급, 정보검색사 2급, 정보처리기능사 2급, 컴퓨터 활용능력 3급 등 모두 5개다. 시험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 몇개는 안 땄다. “전에는 친구와 놀 궁리만 했는데, 체신청에서 일하다 보니 정보화 격차 해소 활동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보람도 있고, 무엇보다 제 성격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유 교사는 “평생 몸담을 수 있는 전문 직종을 구해, 평생 사회 봉사활동을 해나가고 싶다”며 “현재는 공부도 병행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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