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IT기업의 신화’로 불렸던 벤큐가 휘청거리고 있다. 벤큐는 브랜드 사업 부문 전면 분사를 골자로 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브랜드 부문 분사와 함께 벤큐는 본래 주력이었던 OEM·ODM과 같은 위탁생산 부문에 자원을 재투자키로 했다. 그동안 글로벌 브랜드 육성을 위해 디자인센터 설립을 비롯한 과감한 인수합병을 추진해 온 벤큐 입장에서 이번 조치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새로 분리되는 사업부는 ‘지아다(Jia Da)’라는 회사 소속으로 출발하며 6월 이사회 승인을 거친 후 9월까지 모든 분사 일정을 끝낼 계획이다. 리 쿤 야오 벤큐 회장은 “브랜드 사업부 분사는 모바일 사업부의 구조조정 일환”이라며 “앞으로 벤큐의 주력 사업은 위탁생산 분야”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분사가 벤큐 전체 사업부의 효율성은 물론 수익성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데이비드 왕 부사장도 “지멘스 사업 인수 이후 기대했던 것만큼 모바일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다른 사업부는 여전히 순항 중”이라고 말했다. 벤큐는 모바일 사업부 매출이 급감하면서 지난 6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3월 마감한 올 첫 분기에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 50억대만달러(약 1600억원)에 비해 다소 회복했지만 17억6000만대만달러의 손실을 냈다. 매출도 579억3000만대만달러에서 294억5000만대만달러로 급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뉴스의 눈 지멘스 모바일 사업부를 인수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벤큐의 위상이 크게 추락하고 있다. 벤큐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무모한 인수합병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벤큐는 지난 2005년 지멘스 모바일 사업을 전격 인수하면서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시장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휴대폰 사업을 기반으로 대만의 ‘우물 안 개구리’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오히려 다른 사업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과적으로 ‘비관론의 압승’으로 끝났다. 벤큐는 지멘스 모바일 사업 인수 이후 휴대폰 라인 업을 새로 구축하고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지만 초기 지멘스 후광에 따른 ‘반짝 효과’를 올렸을 뿐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파산 신청을 하는 등 사실상 실패한 사업으로 전락했다. 휴대폰 사업 인수 전까지만 해도 벤큐는 ‘대만의 삼성’으로 통하는 전자그룹이었다. 84년 대만 에이서의 디지털 부문 자회사로 출발한 벤큐는 주변기기를 시작으로 모니터·카메라·프로젝터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LCD패널 생산업체 ‘AUO’ 등 10개 자회사를 거느릴 정도로 종합 전자그룹으로 부상하면서 대만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결국 무리한 사업 확장과 잘못된 기업 인수가 성장의 발목을 잡으면서 지금까지 쌓아 온 전체 이미지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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