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선진한 국가가 선진국이고 과학기술이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는 이정표이다.”(박정희 전 대통령)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옛날에는 영토의 넓이로 국가경쟁력을 측정했었는데 요즘은 과학기술의 수준으로 국력을 측정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던 6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미국에 경제원조보다 기술원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66년에 만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역사는 우리나라 현대 과학기술의 역사가 됐고 이듬해 4월 21일 출범한 과학기술처는 과학기술행정을 전담하는 최초의 정부조직이 됐다. 올해는 과기처 출범 다음해인 68년 4월 21일을 과학의 날로 정한지 꼭 40년이 된다. 이렇게 출범한 과학기술 행정은 40년의 역사 동안 많은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다. 60∼70년대 과학기술행정은 과학입국과 기술자립을 위한 과학기술능력 구축에 앞장섰고 이때 구축된 과학기술인프라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기술강국을 실현할 수 있는 자산이 됐다. “한국의 경제기적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이라는 쌍두마차가 일궈냈다”고 한 정근모 명지대 총장(전 과기처 장관)의 말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과학기술의 불모지에 근대 과학기술을 이식하기 위해 종합과학기술연구소인 KIST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70년대는 주요 전략산업 분야별 전문연구소를 만들었고 대덕연구단지 건설을 추진했다. 73년에는 고급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한국과학원을 설립했고 기술개발촉진법·기술이전촉진법·기초과학육성법 등 과학기술진흥을 위한 각종 법·제도를 정비해 이후 각 기술개발 주체들의 과학기술활동이 개화되는 기반을 마련했다. 80년대에는 특정연구개발사업 등 국가연구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기술드라이브 정책에 시동을 걸었고 산업의 기술개발 노력을 뒷받침하는 행정지원 강화와 함께 산업·에너지·정보통신 등 각 부문에서도 과학기술행정이 싹을 틔우면서 우리나라가 신흥 공업국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90년대 들어서는 그동안의 과학기술 능력 구축과 과학기술활동 저변 확대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과기처가 과학기술부로 승격돼 전략기술개발, 기초과학 증진 등 중장기적인 시야에서 과학기술행정을 추진하게 됐다. 지식기반 사회에 접어든 2000년대에는 미래를 바꿀 신기술 개발에 나서는 한편 산업 각 부분의 기술혁신을 포괄하는 국가기술혁신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과학기술행정의 위상도 크게 강화돼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제가 신설됐고 2004년에는 과학기술부총리제와 과기부 내에 차관급 조직인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설치돼 다원화되고 분산된 국가기술혁신정책 전반을 총괄·조정하는 조직체계도 갖췄다. 이 같은 과학기술행정의 변화와 발전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역량을 신장시켰다. 67년에 50억원 수준이었던 정부의 연구개발예산이 85년에 3452억원으로 늘어났고 올해에는 9조7629억원으로 1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67년에 6698명에 불과하던 연구개발인력도 지난해에는 33만5428명으로 확대됐다. 과학기술경쟁력도 꾸준히 상승해 세계 수준에 근접해 가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가 지난해에 발표한 국가경쟁력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과학경쟁력 12위, 기술경쟁력 6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93년 과학기술경쟁력이 24위였던 것에 비하면 일취월장한 성적표다. 최근에는 국제특허 등록과 국제SCI 논문 등록 증가율이 세계 1, 2위를 다투게 되는 등 과학기술성과도 크게 늘어났다.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는 선진국 기술추격 단계를 넘어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과학기술 역량을 기르는데 기여했다. 초기 단계에는 선진기술을 도입, 소화·흡수함으로써 기간산업 건설에 따르는 기술수요를 충족시켰고 다음에는 선진기술의 개량을 통한 기술추격 전략으로 산업 기술경쟁력을 제고했다. 이 같은 정부의 의지는 민간기업의 연구개발투자를 선도하면서 반도체·LCD·휴대폰·차세대이동통신 등 기술집약적 산업의 기술경쟁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선점해야할 유망기술 ‘과학기술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확보하고 선점해야할 미래 유망기술은 어떤 것들인가.’ 국내 과학자·이공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융합 신기술과 친환경 대응, 초정밀(나노) 기술, 지식서비스 기반 기술 등을 꼽고 있다. 기존 기술 선진국을 앞선, 과학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제조·응용 기술 이외에 원천·핵심 기술에 더 많은 집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이공계 석학·기업체 경영진의 모임인 한국공학한림원은 △미래의 기술적 성장 가능성 △산업 규모 △전략적 측면 △사회적 영향 등을 고려해 25가지 유망 신기술을 선정했다. 전기전자정보공학 분야에서는 △광대역융합망(BcN) △IPTV △차세대 반도체 △지능형 로봇 △지능형 텔레매틱스, 기계공학 분야에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로봇기술 △신재생에너지(풍력·연료전지) △초미세 부품장비 △환경기계(대기환경기계 중심), 건설환경공학 부문에서는 △u건설 현장관리제어시스템 △실시간 버스통행거리 및 환승횟수 판단기술 △분리막 생물반응조 공정(MBR) △고성능 콘크리트 △지속가능 건축시스템기술, 화학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용(고분자) 소재 △신에너지(연료전지·석탄액화가스화·수소에너지) △나노기술 △차세대 전지용 소재 △재생에너지, 재료자원공학 분야에서는 △고질소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강 △염료감응형 유지태양전지 △초내식성 지르코늄 핵연료피복관 △화염분무열분해법(FSP)을 이용한 나노분말 제조기술 △반도체 조명 기술 등이다. 윤종용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원천기술이 부족한 편으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25개 미래 유망기술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미래전략위원회를 통해 ‘미래 연구분야 10대 이슈’를 발표했다. 10대 이슈에는 △디지털 컨버전스 생태계의 특징과 발전전망 △BT-IT 융합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전망 △광대역 서비스확산과 콘텐츠 생산·유통·소비의 변화 △새로운 웹환경과 신비즈니스 모델의 미래전망 등이 포함됐다. 노준형 정통부 장관과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미래전략위원회는 4년간의 연구를 통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산업화 기술에 집중하는 산업자원부는 15가지 차차세대 전략기술을 선정하고 향후 정부의 R&D자금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주력산업기술 분야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차세대 자동차 및 조선 △스마트 섬유의류 △생산시스템 △화학공정소재 △금속재료 등이 선정됐다. 미래유망기술로는 △바이오 △차세대로봇 △디지털컨버전스 △차세대의료기기가, 기반기술 쪽에서는 △나노기반 △생산기반 △청정기반 △지식서비스기반 기술 등을 꼽았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과학기술 정책 변천사 지난 40년간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 정책도 적잖은 변화를 겪어왔다. 과학기술부가 크게 4개로 구분한 시기별 정부 과학정책, 과기 주력분야를 짚어본다. ◇과학정책 태동 및 과기진흥(67∼79)= 과학기술처 출범이후 과학기술 진흥 기반을 마련한 시기다. 한국과학원과 대덕전문 연구단지 건설이 시작됐고 전력산업에 대한 연구기관이 설립되고 민간기업에 대해 기술개발을 유인하기 시작했다. ◇국가 연구개발사업 본격화(80∼89)= 경제 고도화로 산업구조 개편에 대한 요구가 커진 시기다. 특정연구개발사업(82년)·공업기반기술개발사업(87년) 이 시작됐고 출연기관의 통폐합 등 과학기술 인프라를 대거 정비했다. 민간주도의 기술개발 체제도 마련됐다. ◇과학기술 세계화·기술혁신(90∼97)= 선진국형 기술력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기업간·국가간 기술협력이 급속히 확대됐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91년 발족했고 98년에는 과학기술처가 과학기술부로 확대개편됐다.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개발사업이 확대되고 출연연구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도 도입됐다. ◇과학기술 주체 확산·자원의 효율적 배분(98∼ )=과학기술정책이 범 부처로 확산되고 연구개발주체도 보다 폭넓어지고 있다. 지난 1966년 단 하나였던 정부 출연연구소는 98년에는 35개로 늘었다. 과학기술부는 연구개발투자와 인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학기술자원의 활용과 배분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 됐다.
◆포상자 제40회 과학의날을 맞아 선정하는 과학기술훈장 최고 등급인 창조장(1등급) 수상자로 신성철 KAIST교수(55), 한민구 서울대 교수(59), 김인세 부산대 총장(60) 등 3명이 뽑혔다. 신성철 교수는 나노 자성박막 신소재 개발 및 물성 규명 등에서 공헌했고 ‘광자기현미경자력계’라는 특수 고성능 현미경을 세계최초로 개발했다. 한민구 교수는 평판 디스플레이용 다결정 박막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개발해 국가 IT산업 발전에 크게 공헌한 것으로, 김인세 총장은 의생명과학 분야의 탁월한 업적과 우수인재 육성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과학기술부는 이들을 포함해 올해 총 79명의 과학기술진흥 유공자를 선정해 포상한다. 과기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선정하는 ‘제 5회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에는 서울대 임지순 교수(55)와 이화여대 최진호 교수(58), 서울대 권욱현 교수(64), 연세대 서진석 교수(52) 등 4명이 선정됐다. 이들은 대통령상과 함께 상금 3억원도 받게 된다. 임지순 교수는 고체 총 에너지를 양자역학적으로 정확히 개산하는 방식을 초음 발표해 탄소나노튜브와 새로운 수소저장 물질 개발에 적용시켜 큰 성과를 거뒀다. 최진호 교수는 나노 바이오 하이브리드 물질을 설계, 합성하는 새로운 융합과학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권욱현 교수는 안정도·최적성능 등의 탁월한 시스템 특성을 규명해 세계 수준의 범용 국산 과학기술패키지를 개발한 공로를, 서진석 교수는 새로운 분자영상분야를 개척 암의 조기 진단 등 의료진단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한 것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한편 과기부는 이들 과학기술훈장 및 최고과학기술인상 포상 이외에 우수과학 어린이, 우수 과학교수, 과학기술진흥 유공자 총 6181명에게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장관 표창을 수여 한다. 수상식은 2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 40회 과학의 날 기념식’ 행사장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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