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의 단점 중의 하나는 자라나는 벤처기업의 우산 역할을 할 첨단 대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천안밸리 아산·탕정에는 삼성전자 등이 버티고 있고, 청주에는 하이닉스가 리딩기업으로 산업군을 형성하며 주변 경제의 활성화에 시너지효과를 불어넣고 있다. 그래서 대덕특구가 고민하다 찾아낸 묘수가 바로 C&D(Connect & Development) 프로그램이다. 기업 외부에 있는 혁신역량이나 기술을 찾아내 사업화에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모두가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 넣을 수 있는 상생전략인 셈이다. ◇“허브 비즈니스 원년으로”=대덕특구는 출연연이 보유한 정보통신, 바이오, 정밀기계, 화학 등 3000여 개에 달하는 우수기술 특허자산과 1만 8000여 명의 고급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기업 형태는 대부분 B2B 전문인데다, 중규모 이상 기업은 전통기술이 기반이다. 또 클러스터로 가기 위한 구심기업이 없다. 대덕특구는 이에 따라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필요성을 절묘하게 절충한 몇 가지 사례를 만들어냈다. #사례 1=‘웅진에너지’가 대덕특구Ⅱ지구에 들어선다. 지난해 ‘대체 에너지’ 시장 진출을 준비중이던 웅진그룹과 대기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대덕특구의 합작품이다. 국내 최대규모의 에너지 관련 기업이 대덕에 설립되기는 처음이다. 대덕특구는 특구 내 보유기술 탐색을 통해 웅진코웨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기계연구원(KIMM) 등과의 연구개발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중간 매개 역할을 했다. 조만간 대덕에 건립할 ‘웅진에너지’는 웅진코웨이가 미국의 썬파워와 합작한 회사로 초년도 110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2010년까지 2000억원을 투자, 5년 내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사례2=KTF의 모바일 연구소가 대덕특구에 유치된다. KTF가 통신기기 및 콘텐츠 관련 신사업을 찾고 있던 차에 대덕특구가 기술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우선은 구매조건부 실용화 연구개발 사업 형태로 추진하기 위한 기획 작업이 현재 추진 중이다. 규모는 100억∼200억원대다. 현재 C&D 프로그램의 2단계인 자체 필요기술 분석 및 특구 내 연구소 기업 발굴, 모바일에 적용될 아이디어 수렴작업이 한창이다. 향후 ETRI와 연계한 KTF 모바일 연구소를 특구지역 내 유치하는 작업을 기획 중이다. #사례3=한국인포데이터는 올해 초 대덕특구와 MOU를 교환하고, 특구 내 첨단 기술 및 제품의 이전을 통한 기술 사업화 활성화와 국내 대기업-벤처기업 간 상생창구를 개설했다. 코이드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대덕특구가 매칭시켜 기술이전 및 제품 구매로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 기관은 비밀유지협정(NDA)을 체결하고, 특구 내 연구성과 사업화 프로그램 연계, 인력 및 연구개발, 주요 기술 및 관련 연구기관과의 포커스 그룹 운영 등 우수기술 발굴과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을 병행 추진하기로 했다. #기타=지난달 이루어진 대덕특구와 이노디자인의 ‘토털 디자인 지원 사업’과 미래화학산업협회(울산정밀화학조합)와의 공동 기술 사업화 프로그램 가동, 나노종합팹을 활용한 대기업 구매조건부 나노클러스터 구축, 효성그룹의 전통산업의 신성장 산업으로의 전환 지원과 R&D센터 유치 등이 현재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 뭔가=선도기업 유치를 위한 1대 다수의 매칭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 C&D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기업에는 신규 공장 부지 제공이나, 공통 생산기반 시설 제공 등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와 함께 범부처 차원의 생산기반 시설, 교육 및 인적열량 구축으로 신생산업 육성 전주기 거점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 이선제 사업화팀장은 “오픈 이노베이션 시스템 참여 구성원들이 밀접한 산업연관망을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기존 산업과 신기술이 융합되는 모델을 통해 첨단기술기반 신생 산업군 창출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C&D의 대표적인 모델 P&G C&D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기업은 전 세계 소비재 산업의 선두 주자인 P&G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SERICEO의 리포트가 일본 니케이 비즈니스 조사 결과를 인용한 내용에 따르면 P&G가 소비재 시장에서 1등하는 3가지 핵심 이유로 △상품의 현지화 △가격경쟁과 무관한 협업 △(조직의)과감한 아웃소싱을 꼽았다. 이 회사의 간판 과자 상품인 ‘프링글스’는 새로운 연구 개발 시스템의 효과를 본 대표적인 사례이다. ‘프링글스’의 기획 당시, 감자 칩에 그림을 새기는 기술과 식용 잉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연구 개발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도저히 내부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던 P&G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하였고 결국 이탈리아의 한 작은 빵집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P&G는 ‘프링글스’ 외에도 신제품 아이디어의 35%를 외부의 과학자나 연구자들이 제시할 정도로 C&D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신제품 개발 성공률이 과거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하고, 개발 비용은 오히려 감소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P&G의 실제 연구 인력은 7500명이지만, 이들과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150만 명의 연구자가 P&G의 신제품 개발 인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인터뷰-모비로 권혁진 대표 “앞으로 휴대폰 속에 ‘T.bob(티밥)’카드 한 장만 담아가지고 다니면 문화·관광·스포츠·레저 등의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이 모두 이루어질 것입니다.” 대덕특구의 KTFT C&D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모바일 솔루션 전문업체 모비로(www.mobiro.com)의 권혁진 대표는 “SBS 대전 민영방송인 TJB와 114 종합정보안내 서비스 기업 코이드, 모비로가 연계한 모바일 고객관리 솔루션이 전국으로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티밥 서비스는 기존 플라스틱 멤버십 카드 여러 개를 하나로 대체할 수 있는 모바일 멤버십 결제 서비스다. 휴대폰에 바코드를 내려받아 활용하기 때문에 고객이 가맹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 적립된 일정액을 다른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서비스에서 모비로는 시스템 개발 및 회원·가맹점 모집 등 마케팅, 코이드는 시스템 투자 및 서비스 지원, TJB는 홍보 및 광고 등을 각각 맡았다. 권 대표는 “현재 대전에만 50개 가맹점이 있지만 올해에는 1500개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며 “오는 19일 ‘티밥’의 오픈과 함께 다음달 12일 론칭 축하쇼를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의 경우 인터넷 PC에 모바일 전용 스캐너만 장착하면 무슨 카드든 포인트 문제가 해결됩니다. 우리나라 휴대폰 기술과 콘텐츠가 엄청난 수준에 올라 왔다고 보면 됩니다.” 권 대표는 “처음 창업 당시 이동통신사가 망을 열어주지 않은데다 휴대폰 기술력과 전송속도 등이 콘텐츠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창업 초기의 고생담도 털어놨다. 권 대표는 “모비로의 출발선은 지금부터”라고 단언했다. 이달 중 아디다스 제품에 모비로의 고객관리 솔루션이 가동된다. 또 전주대학도 학생증에 바코드를 새겨 도서 대출이나 출입이 카드 하나로 이루어지는 첨단 시스템을 모비로가 이달 말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우송대나 대덕대학, 캘빈클라인, 해피랜드 등에는 이미 모비로의 고객 관리 시스템을 공급 중이다. “지난해엔 1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최소 100억원대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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