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IT업계가 불법 주식거래 스캔들로 휘청거리고 있다. 대만 정부는 인벤텍·벤큐와 같은 간판 IT업체를 내부자 거래 등을 통한 부당이익 취득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전 세계 ‘IT생산 허브’로 불리며 국제적으로 신뢰를 받았던 대만은 기업 신용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만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글로벌 IT 거래 공급체계에도 적잖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대만 검찰은 인벤텍 임원 10여명을 내부자 거래 혐의로 조사를 시작했다. 인벤텍은 IT제조 ‘빅3’로 불리는 대만의 대표 노트북PC·휴대폰 전문 제조업체. 이에 앞서 휴대폰·주변기기 업체 벤큐와 메모리 모듈 전문업체 뷰트론도 불법 주식 거래 문제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주 인벤텍 본사 압수 수색을 끝냈으며 2005년 11월에서 2006년 3월까지 주식거래 내용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당시 인벤텍은 애플과 MP3플레이어와 관련해 대규모 생산 공급 계약을 하면서 대만 주식시장(TSE)에서 주가가 238달러(대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인벤텍 주요 임원은 이 정보를 미리 공유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만 정부는 수사 대상 인물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리 쿤 야오 벤큐 회장과 섀퍼 리 사장도 내부거래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지난주 검찰과 첫 대면 심문을 끝마쳤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또 다른 대만 상장업체인 뷰트론도 역시 불법 주식거래 혐의로 대만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대만의 간판 IT업체가 ‘주식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뉴스의 눈 대만 IT기업의 글로벌 신용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대만의 주요 기업이 연이어 내부자 거래로 수사를 받으면서 국가 신뢰도에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판결과는 상관없이 수사 시작 자체가 투명성을 강조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흠집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을 통한 주문생산(OEM·ODM)에 의존하는 특수한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이 여파로 판결 여부를 떠나 상당한 후유증을 겪을 전망이다. 이미 시장에서 이들 주가는 요동치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만은 중국과 함께 ‘글로벌 IT 생산기지’로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 왔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전 세계 노트북PC 72%, PDA 79%, LCD 모니터 68%, 주기판 80%가 대만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외에도 디지털카메라·서버·케이블 모뎀 등도 30% 이상이 대만 혹은 대만 기업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그만큼 자체 브랜드가 약한 대신에 글로벌 기업의 의존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또 대규모 계약의 전제가 투명도와 국제 신용도임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은 대만 IT 경쟁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정부가 공개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데는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만 정부는 “제조 비즈니스에서 원재료 수급 현황이나 공급 계약은 직접적으로 주식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로 글로벌 신용의 기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주요 애널리스트도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측은 “단기간 인벤텍 등 대만 기업의 자금 유동성(펀더멘털)에는 영향이 적겠지만 주식 가격을 포함해 장기적으로 전체 비즈니스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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