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 벅스의 디지털저작관리(DRM) 해제 및 다운로드 방식의 월정액제 도입에 이어 미국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 CEO가 터뜨린 ‘DRM 무용론’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디지털음악계에서 DRM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DRM이 무분별한 복제를 방지해 시장을 보호·확대시킬 것이란 의견과 소비자 불편으로 시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주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DRM 이슈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DRM은 소비자에 불편=한국과 미국의 음악 서비스 업체들이 거의 동시에 DRM 이슈를 제기했다. 벅스(대표 김경남)가 DRM을 해제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소비자 불편’. DRM이 기기마다 달라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소비자를 불법 시장으로 내모는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주장이다. 잡스는 애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소비자 불편’ 외에 △시장에서 DRM의 실효성이 없고, △전체 디지털 음원 중 DRM이 걸린 합법적 구매 음원 비중은 극히 적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시장 상황 다르다=그러나 아이튠즈를 기반으로 유료 음악 시장이 자리잡은 미국과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한국 상황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표면적으로는 같은 주장이지만 벅스는 매출 확대를 위해, 애플은 자사 아이튠즈에서 판매되는 음원의 DRM이 타 서비스와 연동이 안돼 독점 논란이 이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음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잡스의 주장은 저작권이 안정된 상황에서 DRM을 해제해도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국내 상황에서 DRM 해제는 음반 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단기적 처방일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벅스의 DRM 해제가 유사한 경쟁을 유도할 수도 있어 이제야 싹트기 시작한 온라인 음악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바람직한 DRM은=음원을 원하는 기기로 옮길 수 없는 DRM이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점은 대부분 공감한다. 정품 파일 사용이 더 불편한 모순 때문이다. 그러나 음원 관리를 위해 DRM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업자는 거의 없다. 특히 이동통신사나 대형 전자 업체들은 기기와 서비스, DRM 솔루션의 연계에 주력하고 있다. 벅스 관계자는 “이통사나 대기업이 원하는 폐쇄형 DRM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한다”며 ‘통합DRM’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선 DRM을 상호 연동할 수 있는 EXIM 기술이 개발돼 이통사들이 적용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잡스는 DRM 연동이 암호 코드의 유출을 초래, 결국 DRM의 효과를 상실할 것이라며 DRM의 전면 해제를 주장했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낮은 한국의 상황에선 DRM보단 소비자의 인식과 음악 구매 행태의 변화가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세희·이수운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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