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세상의 아침이 열리고 있다. 로봇기술과 산업이 IT와 BT, CT 등 여타 첨단 산업과 융합하면서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인간을 닮은 휴머로이드 로봇, 인간의 표정이나 몸짓을 보며 감정을 읽거나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지식을 축적해갈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봇이 아침을 여는 세상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로봇과 로봇산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이젠 다차원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IT 강국에서 로봇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술과 산업,제도와 환경, 우리의 인식까지도 업그레이드 되어야만 한다. 일찌기 마르크스는 양적 팽창은 질적 변화를 수반한다고 설파했다. 비록 공산혁명의 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의 이론은 로봇기술의 혁명적 변화를 설명하는데 여전히 유용하다. 얼마전까지 공작기계의 한 종류로 간주되던 로봇이 서비스분야의 신규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차세대 IT혁명의 주역으로 부상한 것이다. 국제로봇연맹(IFR)자료에 따르면 2008년까지 청소와 잔디깍기, 창문닦기 등에 사용되는 서비스로봇의 전세계 보급댓수는 700만대로 예상된다. 같은 시기에 산업용 로봇의 보급댓수는 110만대에 불과할 전망이다. 물론 서비스로봇은 산업용 로봇보다 턱없이 저렴하다. 하지만 폭발적인 수요성장에 힘입어 서비스분야가 로봇시장의 주도권을 잠식해가는 상황이다. 미래전망에 보수적인 일본로봇협회(JRA)도 2010년 이전에 서비스로봇의 매출규모가 산업용 로봇을 추월하며 2025년까지 세계 로봇시장이 66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서비스 로봇 중에서는 홈로봇이 공공로봇, 장애보조로봇을 제치고 시장수요를 리드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시장의 무게중심이 인간을 돕는 서비스 로봇쪽으로 기우는 것은 산업상 통계수치를 넘어선 의미를 내포한다. 지난 90년대 이후 PC와 휴대폰이 현대인의 생활패턴을 완전히 바꿔 놓았듯이 일상 속에서 로봇에 의존하는 새로운 삶의 양식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최근 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로봇산업을 1970년대의 PC산업과 비교하면서 로봇혁명의 시대가 왔음을 선언한 바 있다. 집집마다 사람과 유사한 지능을 가진 로봇제품이 온갖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환은 경제, 문화, 사회전반에 혁명적인 파장을 가져올 것이다. 지금이야 로봇이 집안에서 청소와 같은 허드렛일이나 담당하지만 머지않아 인간의 능력을 무한히 확장하는 도구로서 존재가치를 입증할 것이다. 의료종사자들은 로봇을 이용해 지구 저편에 떨어진 환자들을 치료하게 된다. 보안, 구조, 국방, 상거래분야에서도 로봇은 새로운 역할을 맡을 것이다. 초창기 인터넷, 휴대폰이 그랬듯이 로봇혁명이 어떤 식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해줄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로봇이 없으면 하루도 불편해서 견디기 힘든 세상은 분명히 오고 있다. 로봇혁명은 우리에게 많은 기회와 도전을 함께 던져준다. 가장 큰 도전은 로봇기술로 인한 자동화의 진전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지 실업증가와 연계된다는 점이다. 로봇산업의 성장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지만 몸이 편해지는 만큼 일자리에서 쫗겨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피해는 로봇자동화가 가능한 노무직종이 우선적으로 입게 된다. 경비로봇이 도입되면 보안경비업체의 직원숫자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자동화에 따른 실업문제에 따른 체계적인 취업정책을 검토할 때다. 얼마 전 인형방 소동에서 드러났듯이 성적 대상으로서 인간과 닮은 성인용 로봇의 진화를 어디까지 허락할지도 고민이다. 국방분야에서 전투상황에 나선 지능형 로봇에게 얼마만큼의 결정권을 부여할지도 해결할 문제다. 이제는 한국의 로봇혁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지능형 로봇시장수요를 몇 배로 성장시킬 킬러애플리케이션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로봇사업의 주도권을 놓고 계속되는 부처간 영역다툼. 정부지원에 맛을 들인 일부 민간업체와 연구소의 안이한 태도. 로봇간판만 내걸고 한몫 챙기려는 투기세력의 준동도 고쳐야 할 문제다. 로봇산업을 지원하는 법적,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일도 시급하다. 로봇거품을 지적하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년새 한국의 로봇산업은 질적, 양적으로 세계수준에 근접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로봇혁명의 문턱을 넘어섰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각국의 로봇 육성전략은 선진 각국은 지능형 로봇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로봇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일본과 미국은 전자와 IT에서 누렸던 세계시장 패권을 지능형 로봇에서도 다시 한번 재연하겠다는 각오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민수용보다 항공, 우주, 국방분야의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미국의 벤처투자자들은 오랜 세월 민간 로봇산업에 필요한 투자와 위험부담을 기피해 왔다. 이 때문에 로봇업체들은 대부분의 로봇개발 프로젝트는 미국방부에 의존하고 있다. 위험지역을 정찰하는 소형 정찰로봇, 무인장갑차, 무인 정찰기 등이 대표적 산물이다. 국방관련 로봇수요는 향후 10년간 1000억달러 이상에 달할 계획이다. 미국방부 산하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오는 2014년까지 군용차량의 1/3을 자율주행기능을 갖춘 로봇차량으로 대체하는 `미래 전투 시스템(Future Combat Systems)`을 진행하고 있다. DARPA는 캘리포니아의 모하비 사막을 횡단하는 로봇차량 대회 `그랜드 챌린지`를 2회 개최한데 이어서 오는 11월에는 실제 도심을 달리는 ‘어번 챌린지’를 시도한다. 무인차량에 적용된 많은 아이디어와 기술은 이미 자동차 시장에서 도입돼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로봇기술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로봇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체는 청소로봇시장을 석권한 아이로봇사와 최근 로봇용 SW인 ‘로보틱스 스튜디오’를 선보인 마이크로소프트를 꼽을 수 있다. 일본은 지난 80년대부터 우위를 유지해온 산업용 로봇시장의 정체상황을 서비스 로봇분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본 로봇산업의 마스코트는 인간의 모습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지만 일본 로봇업체들은 실생활에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로봇제품개발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또 일본정부는 서비스 로봇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기계가공에서 전자, 오락, 가전산업 등 로봇제조에 필요한 부품 공급망을 체계화하는 정책도 진행하고 있다. 오사카 시당국은 현지 로봇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0개가 넘는 로봇부품업체를 한데 모으는 칸사이 로봇 클러스터 계획을 진행했다. 이것은 일본은 과거 가전, 자동차, 반도체 사업을 육성할 때 사용했던 산업전략과 동일한 방식이다. 이같은 정책지원과 탄탄한 부품산업, 로봇을 친근하게 여기는 문화적 풍토가 어울려 일본의 서비스 로봇시장은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가고 있다. 현재 일본의 로봇 R&D에 많은 투자를 하는 기업들은 혼다, 도요타와 같은 자동차업체와 도시바, 미쓰비시 등 전자업체가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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