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라이프를 꿈꾸는 자, 2007년 한국인터넷 산업 신천지를 보라.’ 2000년 전후의 벤처 열풍. 사업을 구상하는 이들에게는 닷컴과 벤처가 화두였지만 가상세계에 흠뻑 심취한 네티즌에게 최대 화두는 아바타였다. MSN메신저·다음·프리챌·드림위즈 등 인터넷 1세대 사업자들은 너도나도 웹디자이너를 영입해 아바타 사업을 강화했다. 누구나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아바타를 하나씩 보유했으며 어떻게 하면 좀 더 튈 수 있을까를 고심했다. 메신저가 유행하던 그 시기에 인사말도 아바타에 대한 평가였다. 그러나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했던 아바타와 각종 아이템의 한계였을까. 유료로 판매되던 아바타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사람들은 온라인게임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상세계에서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리니지’는 새 아이콘으로 자리잡았고 가상세계와 현실의 인간관계를 접목한 싸이월드는 인터넷 1인 미디어를 평정했다. 2006년 중반. 전 세계 IT 서비스의 중추 지역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른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가 없는’ 사이버 공간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 벤처기업 린든 랩이 창안한 가상공간 ‘세컨드라이프(http://www.secondlife.com)’가 그것이다. 실제 삶이 퍼스트라이프라면 가상세계 아바타의 삶은 바로 세컨드라이프라는 의미다. 아바타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해 돈도 버는 세컨드라이프는 순식간에 미국 네티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간 수백만달러를 버는 이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그랬다. 국내에서 2000년대 전후로 유행했던 아바타가 현실세계와 접목, 비즈니스 공간으로 바뀌면서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 상상하는 모든 것을 가능케 한 세컨드라이프의 핵심은 가상세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사용자와 획기적인 아이디어, 참여·공유를 강화한 플랫폼이다. 지난해 국내 인터넷 업계를 들끓게 만들었던 웹2.0과 사용자제작콘텐츠(UCC)다. ◇‘세컨드라이프’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혁명=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컨드라이프가 네티즌의 참여 유도가 가장 큰 특징인 웹2.0 조류의 중심에 섰다”고 평가했다. 세컨드라이프 혁명이 바로 웹2.0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비즈니스의 혁명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NHN·다음커뮤니케이션·SK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주요 포털은 앞다퉈 웹2.0 전략을 수립했다. 참여와 공유, 개방으로 표방되는 웹2.0 서비스 전략은 서비스 사업자가 제공하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을 개인화하는 게 웹2.0의 핵심이다. 즉 RSS·오픈API 등으로 자신만의 웹페이지를 가상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업계는 올해부터 웹2.0 서비스를 더욱 구체화하며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웹2.0 전문 서비스 업체들도 눈에 띄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올라웍스·태터툴즈·올블로그 등 중견 벤처들은 각기 다른 웹2.0 서비스를 내놓고 새 인터넷 미디어 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세컨드라이프를 보고 싶다면 한국 인터넷산업에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UCC, 세컨드라이프의 맥을 꿰뚫는다=UCC는 세컨드라이프의 맥을 꿰뚫는 전형이다. 세컨드라이프의 근간을 이루는 모든 아이템이 바로 UCC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의 UCC 데이터베이스(DB)를 합치면 콘텐츠 개수만 수천만건이 넘는다. 그만큼 UCC가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직은 창의적인 UCC보다는 기존 콘텐츠를 재가공한 UCC가 주류지만 독창적인 UCC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세컨드라이프에서 거래되는 콘텐츠가 현실세계에서 환전 가능한 가치있는 것이라면 국내 사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UCC 동영상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미디어적인 특성을 감안한 광고 비즈니스가 활성화하고 있으며 현실세계에서도 준전문가 수준의 UCC 제작자들이 새 비즈니스를 꿈꾸고 있다. 세컨드라이프는 이제 가상세계와 미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2007년 한국의 인터넷산업이 나아갈 뜨거운 현장에 녹아들고 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
◆2.0시대 비즈니스 ‘가상현실에서만 돈 되는 게 어딨니? 현실에서도 돈 되지!’ ‘271린든달러=1달러’라는 교환 조건이 가상 비즈니스와 현실 비즈니스 구분을 없앴다. 세컨드라이프의 부동산사업자 ‘안시 청(Anshe Chung)’은 빈 땅을 구입해 정원을 가꾸거나 도로·공공시설 등을 설치해 되팔면서 1년에 25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둬들인다. 사이버 법학자 로런스 레식, 공상과학 소설가 로키 닥터로, 미국 안보전략 계획가 토머스 바넷 등도 작년부터 세컨드라이프에 아바타로 등장했다.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자신의 생각을 홍보하고 저서를 판매했다. 린든랩의 3D 가상현실 ‘세컨드라이프’ 사용자는 게임 내 모든 아이템을 독자적으로 제작·판매할 수 있다. 린든랩으로부터 구입한 부동산을 다른 사용자에게 판매할 수도 있다. 독자적인 게임을 만들어 다른 사용자에게 이용료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게다가 린든달러를 일반 달러로 합법적으로 교환할 수 있어 세컨드라이프에서의 경제활동은 가상현실이 아닌 현실이다. 세컨드라이프를 통해 이뤄지는 비즈니스는 이미 국내에선 현실로 자리잡았다. 올해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가상경제와 현실경제의 구분이 없어지는 사업 모델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비즈니스가 그렇다. 인터넷서비스업체 케이알라인은 최근 UCC를 인터넷에 올려 판매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UCC 동영상 오픈마켓 ‘스타코리아’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과거 추천 수와 댓글 수로만 짐작할 수 있었던 UCC의 가상가치를 현실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생긴 것이다. 판도라TV와 쇼테크도 UCC 동영상에 붙는 광고수익 중 30∼40%를 제작자에게 돌려준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같은 의미다. 상거래 플랫폼만을 제공하고 거래되는 물품에 제한을 두지 않는 ‘오픈마켓플레이스’도 가상경제와 현실경제의 경계를 허물 전망이다. e베이·G마켓 등 오픈마켓을 표방하는 쇼핑몰 사용자는 몰 디자인, 상품 배치 등에서 차별화한 자신만의 몰을 구축할 수 있다. 가상공간인 쇼핑몰 차별화는 현실에서의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의 화폐격인 도토리를 상품권으로 만들어 편의점에서 팔고 있다. 웹상의 가상공간과 현실 경제의 벽도 허물어질 수 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사용자는 아이템을 직접 만들 수는 없지만 기존의 다양한 아이템으로 미니홈피의 가상공간인 ‘미니룸’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 미니룸이 쇼핑몰·홍보사이트 등 다양한 사업도구로 활용됐을 때 미니룸의 차별화 요소 역시 현실 매출과 직결될 수 있다. 가상의 적을 물리치며 가상의 게임 아이템을 구하는 온라인게임도 현실세계와 접목됐다. 온라인게임 제작자가 설정한 시나리오대로 따르기보다는 가상 아이템을 얻으려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훨씬 많을 정도다. 월 정액제 기반의 온라인게임 서비스나 아이템 부분 유료화를 통해 상용화에 성공한 온라인게임들은 이제 산업으로 성장할 만큼 확고히 자리잡았다. 올해에도 이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최근 논란을 빚은 온라인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와 관련해 양성화 방침을 밝혔다.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화관광부가 온라인게임 아이템은 곧 개정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의 거래금지 항목에 포함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양성화하는 방안을 짜고 있다는 방침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서로 넘나드는 진정한 의미의 ‘세컨드라이프’는 이제 시작인 것이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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