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지갑에 들어 있는 5000만장에 이르는 국내용 신용카드가 국제표준(ISO)을 준수하지 않은 카드식별번호(IIN)를 사용한 탓에 해외에서 위조 카드 의혹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카드 발급번호 열여섯 자리는 2년 안에 번호 자원이 포화 상태에 도달, 카드 발급·승인이 불가능한 사태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비 국제표준 카드 양산=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이 국내용 카드의 IIN을 ISO에 맞춰 ‘대한민국 국가 번호 9410+카드사 구분 번호 2자리+회원번호 10자리’의 16자리로 구성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비표준카드 5000여만장을 발급했다. 이들 카드 발급사는 발급번호 포화를 이유로 국제표준번호인 ‘9410’ 외에도 ‘9435’ ‘9439’ 등의 타 국가 표준번호가 찍힌 카드를 수년째 대량 발급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9435’ ‘9436’을, BC카드는 ‘9415’ ‘9460’, 신한카드와 외환은행도 각각 ‘9420’ ‘9430’을 사용, 국내 주요 은행과 카드사가 이 같은 비표준 IIN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비표준카드는 ‘비자’ ‘마스터’와 제휴하지 않고 국내에서만 사용, 지금까지는 문제 발생 소지가 적었다. 그러나 최근 내국인의 해외 여행이 급격히 증가해 자칫 해외에서 타국가 번호가 찍힌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위조카드 소지자로 몰릴 수 있다. 특히 멤버십 카드는 무분별하게 번호를 사용해 자칫 해외 사용 시 커다란 문제를 빚을 수 있다. 또 IC칩 카드 인프라에서는 카드 탑재 애플리케이션과 결제단말기에도 식별번호(RID, 등록 애플리케이션 공급업체 식별)가 부여돼 은행은 물론이고 항공사 등 카드발생주체의 IIN과 RID가 중복될 경우 금융대란이 발생하거나 위·변조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반 신용카드의 정보를 관리하는 최소 단위인 카드 발급번호 체계에 큰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드 발급 번호 체계 재정비=기술표준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 대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소 가능성 등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정부 측은 관측하고 있다. 기술표준원은 이에 따라 산·학 전문가로 구성된 코드관리위원회를 결성, 내년 3월부터 카드 발급 번호 체계 재정비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특히 IC칩 통합카드를 외국에서 사용할 때 비표준에 따른 중복번호 오류 발생을 예방, IC카드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내년 말까지 IIN 또는 BIN 체계 정비를 완료키로 했다. 기표원은 또 제휴 카드 식별번호를 국제표준번호로 전환하게 되면 지금까지 쌓아온 마일리지 처리 문제도 카드 발행사와 논의하는 등 이들이 국제표준을 따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특히 기표원 측은 앞으로 카드등록 관리체계 정비를 위해 정부가 관리 감독할지 아니면 특정기관에 위탁할지를 검토할 계획이다. 기표원은 이와 함께 현행 16자리 IIN 체계를 18자리 또는 20자리로 늘릴 계획이다. 지금의 16자리 IIN 체계에서는 매년 늘어나는 카드 발행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머지않아 IIN 자원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기술표준원 한 관계자는 “IIN의 비표준 문제는 지금까지 명확한 관리주체가 없고 번호자원이 포화돼 나타난 현상”이라며 “18∼20자리로 카드번호 체계를 변경하고 등록 관리체계 기관을 일원화하는 것을 내년 사업계획으로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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